남들과 다르다는건 분명 축복만은 아닐 것이다. 개성이란 이름으로 자신을 포장하기도 하지만
보편적이지 않은 취향은 때론 비난의 대상이 되기도 하니 당당히 드러내기도 힘들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모럴 센스 Moral Sense』의 남자
주인공인 정지후는 겉모습만 보면 지극히 평범한 남자이다. 아니 오히려 뛰어난 업무능력에 성격까지 좋고 잘생긴데다가 매너도 있어 여사원들에게
인기가 있다. 그런 여사원에는 동료인 정지우도 있다. 표현에 인색하고 긴장하면 더 냉담해지는 성격이라 소위 철벽녀로 오해받는 지우는 사실
지후에게 호감을 가지고 있지만 남들이 볼 때엔 전혀 그렇지 않다. 그녀 스스로도 절대 표현하지 않는다. 말도서도 행동으로서도.
모범사원의 표본 같은 지후가 사실은 다른 사람들로부터 명령을 받거나 지배 받는 것을 좋아하는
M성향을 지니고 있다는 것을 아는 이는 없다. 아주 절친인 우혁만 알뿐이다. 그러던 어느 날 평소 구매하고 싶었던 SM도구를 부모님과 함께 살고
있어서 집으로 배달시키지 못하고 회사로 보내지만 이름이 비슷한 지우가 이것을 받게 되고 결국 상자 안의 물건이 공개된다.
많은 사람들이 그러하듯 지우 역시도 자신을 이해하지 못할 거라고 생각하지만 의외로 그녀는
취향을 차별하지 않고 당당하고 이성적인(물론 그런 면도 있지만 잘 표현하지 못하는 지우의 성격도 있을 것이다) 그녀의 모습에 점점 더
반하는데...
이야기는 오해로 시작한 두 사람이 돔(지배자)과 섭(피지배자)라는 관계 속에서 점차 남자 대
여자의 관계로서 서로에게 호감을 가져가는 과정이 그려지고 그 사이사이에는 지후와 같은 취향을 지닌 사람들이 서로의 고충을 토로하고 또 힘을
용기를 주는 등의 이야기도 그려진다.
처음 E. L. 제임스의 <그레이 시리즈>가 출간되었을 때 상당한 반향을
불러일으켰고 오히려 선정성을 넘어서는 지나치게 가학적인 내용에 충격을 받았거나 다소 불쾌감을 느꼈을 사람도 있을 것이다. 이 책은 물론 그런
수준까지는 아니지만 어느 정도 그런 부분들도 그려지고 지우와 지후가 몇 가지를 하는 모습도 그려진다는 점에서 사실 나 역시도 이 책을 사람들
많은 곳에서 대놓고 보지는 못할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사람들마다 취향이 있고 그것이 타인에게 피해를 주지 않는다면 그들에 대해 어떻하다고 비난할
수는 없겠지만 솔직한 마음으로는 만약 이 책의 내용이 그레이와 아나스타샤의 수준까지는 아니더라도 그의 반 정도만 되었더라도 다소 거부감도
있었을것 같지만 그보다는 심리적인 부분에 중점을 두고 있고 지후와 지우가 점차 서로를 남자와 여자로서 좋아하는 감정을 깨달아가면서 이 부분도
함께 부각되기 때문에 부담감을 덜어주는게 사실이다.
그래도 여전히 주변에는 지후의 성향을 정상적이지 않다고 생각하는 스스로는 평범하다고 자부하는
사람들 천지인 가운데 과연 둘의 관계가 어떻게 될지, 아울러 지후의 성향이 어떤 식으로 밝혀질것 같아 조마조마한 분위기가 감돌아서 마냥 둘의
연애가 달콤하지만은 않을것 같다는 생각도 든다.
앞으로의 전개에서는 지후와 지우가 상대방의 이야기를 듣고 혼자만의 공상에 빠져서 대화를
멀리하다가 허송세월하기 보다는 좀더 대화라는 것을 해서 감정적으로 진전이 있기를 바라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