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바나의 시민들』는 작가정신에서 선보이는 <슬로북(Slow Book) 시리즈>의
첫 번째 도서이다. 쿠바의 수도 아바나. 가장 먼저 떠오르는 것은 거대함마저 느껴지는 해변과 방파제를 넘나들 정도의 파도, 올드카의 향연 정도일
것이다.
간혹 여행 채널에서 쿠바와 아바나의 모습을 보기도 하고 책으로도 만날 때도 있었지만 『아바나의
시민들』같은 책은 처음이였던것 같다. 아바나의 관광정보보다, 아바나의 아름다운 풍경과 시내 전반에 흐르는 역사와 문화보다 우선인 것이 바로
아바나의 시민들이기 때문이다.
우리가 보통 해외의 어느 지역으로 여행을 떠날 때는 그곳에서만 볼 수 있는 자연풍경이나 멋진
건축물, 경험할 수 있는 체험 등을 먼저 떠올리게 되는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현지인들의 모습에 초점을 맞추고 있고 아름다운 풍경도, 아바나이기에
가능한 모습들도 아바나 시내 곳곳에서 마주하는 다양한 인종의 시민들보다 좋은 피사체가 되지 못한다.
햇빛은 상상을 초월하게 내리쬐고 집과 도로를 방파제가 가로막고 있지만 거대한 파도는 이를 훨씬
넘어 도로와 심지어는 도로가의 집을 향하기도 하지만 어느 순간 아바나 시민들의 휴식처이자 연인들의 데이트 장소, 아이들은 재잘거림이 들리는
장소로 변한다.
수줍은듯 웃지만 카메라를 든 이를 위해 자신이 취할 수 있는 최고의 포즈로 당당히 피사체가
되기를 주저하지 않는 사람들. 아바나를 가장 아바나답게 하는 것은 그 무엇도 아닌 바로 이들이 아닐까 싶다.
책에서는 아바나 여행을 계획적으로 그려내지 않는다. 오히려 계획하면 볼 수 없는 자연스러움을
가장한 방황과 길을 잃어버린 순간 골목골목에서 발견할 수 있는 아바나의 진짜 풍경, 아바나 시민들의 진짜 모습을 담아낸다.
마치 당신이 아바나로 떠나면 어떻게 여행해야 하는지에 대한 이야기 같기도 하고 조금은 여유를
갖고 마음을 비우면 당신 역시도 아바나의 진짜 보물을 만날 수 있게 되리라는 것을 알려주는것 같은 서술 방식은 기존의 아바나 여행 도서와는
확연히 차이가 나고 그래서 더 흥미롭다.
아바나를 말레콘, 아바나 비에하, 베다도, 아바나만 건너, 카피톨리오 인근이라는 다섯 구역으로
나누어서 소개하고 각 구에서 찍은 사진을 시간 순서가 아니라 무작위로 섞어서 선별해 사진 속 추억을 적은 형식으로 되어 있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혹시라도 아바나 여행을 할 분들을 위해 도움이 되길 바라며 지도를 실고 있기도 하니 참고하자.
아바나는 점차 개방의 물결이 밀려오는 곳이라는 생각이 든다. 이 책에 담겨 있는 여러 설명들이
당신이 아바나에 도착한 그 순간에는 어쩌면 달라져 있을지도 모른다. 하지만 그 변화는 또 그대로 아바나와 아바나 시민들의 매력을 표출할 것이라
기대하며 조금은 색다르게 만나본 아바나를 이 책을 통해서 느껴보길 바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