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루하루 치열하게 살아야 오늘 하루도 잘 보냈다는 안도감이 생길지도 모를 사람들에게
있어서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은 과연 어떤 의미로 느껴질까? 무한 경쟁 시대를 살아가고 있고 세상 모든 것이 빨라지는 때에 어찌보면 이는
무기력하거나 무능력한 표현으로 비칠수도 있는 동시에 그저 겸손함의 표시처럼 여겨질 수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이 책의 저자인 오미야 에리는 스스로에 대해 뭐 하는 사람인지도 모르겠고 이렇다할
장점도 없으나 때로는 이런 사람 하나쯤 섞여서 살아가도 좋지 않나라는 표현과 함께 “그럭저럭 살고 있습니다!”라고 말한다.
마흔을 훌쩍 넘긴 나이에 도쿄에서 싱글여성으로 살아가고 있는 오미야 에리의 직업은 사실
여러가지다. 작가, 시나리오 작가, 영화감독, 연출가, CF 감독에 PD까지 다방면에서 활동하고 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닌데 어딘가 모르게 마스다
미리를 떠올리게 하지만 그녀가 조금은 차분한 도시여자 같다면 오미야 에리는 엉뚱하지만 미워할 수만은 없는 도쿄 싱글녀 같다.
이 책에 담긴 이야기들은 <선데이 마이니치>에 3년간 연재했던 에세이를 묶어서 펴낸
책으로 국내에 그녀의 작품이 소개되는 것은 이 책이 처음이다. 글을 보면서 느낀점은 이 얘기 이렇게나 다 세상에 공개해도 되나 싶은 것이 첫
생각이며 두 번째로는 한 사람의 인생이 어쩜 이리도 버라이어티한가 이다.
단지 이 한 권의 책에 실린 이야기만해도 이정도인데 과연 그녀의 실제 모습은 어떨까하는
궁금증이 생기는 것도 바로 위의 두 가지 생각 때문일 것이다.
너무 솔직하고 때로는 엉뚱하다 못해 기발하기까지 한데 어찌보면 자신의 치부를 드러내는
이야기들이라고 할 수 있음에도 불구하고 그것이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져 있다는 것을 보면 오미야 에리는 '그럭저럭'이 아니라 자기 나름대로 잘
살아가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사람들과의 술자리를 좋아해 자주 마시지만 그 이상으로 술버릇으로 인한 웃지 못할 에피소드도
많은데 술에 취해 맥북의 하얀 사과 표시를 밥이라 생각하며 카레를 부어버렸다거나 집으로 가다 길에서 잔다거나 지인의 음악 작업실에 술에 취해
찾아가서 인사를 했는데 알고보니 이미 여러 차례 왔다거나... 한편으로는 너무 많이 마시는거 아닐까하는 걱정이 들기도 하지만 다행히도 그녀
주변에는 그녀를 챙겨줄 사람들이 있어 보인다.
그외에도 단식과 이를 통한 숙변이 배출에 대한 적나라한 이야기, 어렸을 때 배운 바이올린
덕분에 라이브 무대에 도전하게 되는 이야기, 운전면허 시험 응시와 합격, 실제 운전기, 모임의 포스터를 만들기 위해 전신 빨간 타이즈를 입고
인간 도쿄 타워가 되었던 이야기, 자신의 글이 책으로 나오게 된 이야기 등을 읽을 수 있다.
무엇보다도 글이 상당히 재미있게 쓰여져 있어서 읽는내내 웃음짓게 하는 능력자다. 지금도 연재를
계속 하고 있는지는 모르겠으나 만약 하고 있다면 그 원문을 활용해 일본어 공부를 하는 것도 도움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을 정도로 제목과는 달리
생동감 넘치는 이야기로 가득했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