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사실 불과 얼마 전까지만 해도 군함도라는 곳이 있었는지도 몰랐고 그곳에 조선인들이 강제로
징용살이를 했다는 사실조차 몰랐던게 사실이다. 우연히 방송을 통해서 알게 되었고 이후에는 일본이 이곳에 대한 진실을 묻어둔 채 최초의
근대화시설이였다는 자신들에게 유리한 내용만을 언급하며 세계문화유산에 등재시켰다는 사실을 보면서 좀더 알게 된 경우이다.
특히나 다음 주 <군함도>라는 영화가 개봉을 앞두고 있는 시점에서 단순히 오락성만을
내세운 흥행 위주의 이야기가 아니라 그곳의 참상을 많은 사람들이 제대로 알아야 할 필요성이 대두되는 가운데 풀빛에서 출간된 『지옥의 섬,
군함도』는 비록 근태라는 가상의 아이를 주인공으로 한 이야기이나 실제로 많은 작가가 인터뷰를 한 홍승후 할아버지를 비롯해 군함도에 끌려간 분들의
이야기인 실화에 바탕을 두고 쓴 동화라는 점에서 더욱 의미있게 다가온다.


1910년 일본은 조선과 강제로 한일 병합 조약을 맺게 되고 이후 닥치는 대로 조선을 수탈해
간다. 이야기는 1940년 3월에서부터 시작한다. 근태는 본래 이름인 장근태 대신 일본식 이름을 써야 했고(창씨개명), 학교에서도 조선말이 아닌
일본말을 배워야 했다.
그러던 1943년 10월 마을 이장과 제복을 입은 일본 사람이 근태의 집을 찾아오고 그들은
근태 아버지가 일반 보국대에 뽑혔기 때문에 산업 전사로 일본에 가야 한다고 말한다. 가족들의 반대에도 불구하고 근태 아버지는 아무런 저항도 하지
못한 채 일본으로 가게 된다.
이장은 근태네 가족들에게 일본인의 회사에 가서 월급도 받고 기술도 배울 수 있고 넓은 세상도
경험할 수 있다는 말을 하지만 아버지가 동네의 다른 사람들과 함께 트럭을 타고 떠나던 날 가족들은 눈물을 감추지 못한다.
이후 몇 차례 오던 편지도 끊어지고 1944년 4월 또다시 이장은 근태네를 찾아와 근태네
가족을 아버지가 가신 하시마로 마치 초대하는 듯한 말을 한다. 아버지가 탄광에서 일을 잘해 가족들을 함께 살게 해주는 것이라는데...
고생고생 끝에 도착한 하시마는 마치 멀리서 보면 군함 한 척이 바다에 떠 있는 것 같아
군함도라고 불리는 곳으로 처음 이장의 말과는 달리 그곳은 생지옥이나 다름없었다. 건강했던 아버지는 어느새 까마귀 인간처럼 살이 빠지고 몸이 온통
석탄재로 인해 검게 변했고 얼굴도 고생을 많이 폭삭 늙어버렸다.
하루하루 생활하면 할수록 군함도에서의 생활은 차라리 죽는 것이 낫겠다는 생각이 절로 들게
하는데 실제로 그곳을 도망치다 잡혀서 죽기도 하고 탄광에서 일하다 폭발이나 바닷물 때문에 죽기도 하는 등 사건사고는 끊이질 않는다.
그런데도 조선인을 비롯해 일본인이 아닌 징용자들은 아파트라 숙소도 가장 상황이 좋지 않은
곳에서 지내며 지나친 노동을 하고 그나마 받은 월급도 이런저런 명목으로 따 떼어가면서 제대로된 식사도 주지 않고 할당량을 채우지 못하면 탄광에서
나오지도 못하는 상황이다.
그러다 아버지가 사고를 당해 다치게 되고 결국 주변의 만류에도 불구하고 근태는 오기로 탄광에
들어가게 된다. 그리고 막장에서 말로만 들을 때는 상상조차 못했던 처참한 현실과 마주하게 된다. 날이 갈수록 전시는 다급하게 변해가고 군함도도
폭격을 당한다.
이런 상황이 근태에겐 탈출의 기회로 작용하는데 나가사키 조선소에 방공호를 짓기 위해 근태가
군함도를 벗어나게 되고 그곳에서 폭격이 내릴 때 근태는 목숨을 걸고 탈출을 한다. 그리고 다행히 일본으로 건너 온 조선인 부부의 조카로 위장해
생활하지만 근태처럼 일본으로 징용왔다 탈출한 조선인을 다시 잡아다주고 돈을 버는 조선인에 의해 또다시 위기에 처하고 마는데...
책은 세세한 부분을 다루고 있진 않지만 이 책에 서술된 내용만 봐도 그때의 상황이 얼마나
처참했는지, 살아도 사는게 아니구나 싶어진다. 그런 상황들을 글로 써도 이 정도인데 실제로 그 일을 겪은 분들의 고통은 도대체 어느 정도일까
감히 상상조차 되지 않아서 안타까움이 들었다고 표현조차 하기 힘든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