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소위 명작이라 불리는 내용도 좋은 책이 예쁘기까지 하다면 그 이야기를 좋아하는 독자의
입장에서는 이미 읽어서 알고 있거나 다른 판형이 있다고 해도 그 책을 소장하고픈게 솔직한 심정이다. 그런 면에서 볼 때 인디고(글담)의 아름다운
고전 시리즈는 금상첨화라는 말이 딱 어울리는 책이 아닐 수 없다.
매번 시리즈의 새로운 책이 출간될 때마다 오히려 이 다음 번에는 어떤 책이 출간될지가 더
궁금해지는 것이 사실인데 근래에는 우리말로 번역되어 출간된 시리즈가 다시 영문판으로 출간되고 있어서 번역본을 읽고 나서 예쁜 일러스트가 가미된
영문판을 다시 읽을 수 있게 되어 감회가 더 새로운것 같다.
이번에 만나본 『Anne of Avonlea 에이번리의 앤 (영문판)』역시도 그런 경우인데
빨간 표지의『빨간 머리 앤』그 이후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는 책이다. 개인적으로 빨간 머리 앤은 내가 지구상에 창조된 모든 캐릭터 중에서도 가장
사랑하는 인물이다.
노래에서도 알 수 있고 그녀의 인물묘사나 상황 설정에서도 알 수 있겠지만 앤은 사실 처음엔
미운 오리 새끼에 가깝다. 부모가 없어 어렸을 때부터 이집저집을 전전하다시피 했고 생김새는 수많은 소설 속 주인공과는 달리 빨간머리에 주근깨가
있으며 지나치게 공상적이다.

그래도 미워할 수 없는 것은 그녀가 누구보다 사람과 삶에 애정이 넘친다는 것이다. 자신이 하고
싶은 일이 무엇인지를 누구보다 잘 알고 그것을 위해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하는지를 알고 실천한다. 게다가 자신을 아끼는 사람들에 대한 헌신을
보일줄도 안다.
고아라는 편견에 제대로된 기회조차 얻지 못했던 앤이 초록색 지붕집으로 와서 말괄량이 소녀에서
점차 숙녀로 자라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엉뚱하지만 귀여웠던 어린시절의 앤을 떠나보내야 했기에 아쉬웠지만 앤이 자신의 꿈을 향해 한발한발
나아가는 모습에서는 마치 앤의 오랜 친구인 다이애나가 된것 마냥 응원하게 된다.


더이상 엉뚱한 상상도 행동도 하지 않는, 점차 성숙한 여인의 모습으로 성장하는 앤을 보면서
마릴라와 매슈가 어린시절의 앤을 그리워도 하는 마음이 이해가 되면서 홀로 남은 마릴라를 위해 자신이 원하던 길로 무작정 가기 보단 에이번리로
돌아오는 모습은 앤이 두 사람으로부터 받은 사랑을 보답하려는 동시에 진심으로 마릴라를 생각하는 마음이 느껴져 감동적이였다.
게다가 라이벌이라며 다투기만 하다 서로에 대한 마음을 제대로 알 기회조차 없었던 길버트와의
관계도 그려지면서 『빨간 머리 앤』이 앤의 유년 시절의 성장기를 그렸다면 이번 책에서는 소녀에서 여인으로 성장해가면서 앤이 겪는 약간의 로맨스도
포함되어 있는것 같아 가슴 한켠이 간질간질해지는 그런 책이기도 하다.
이 모든 이야기를 김지혁 일러스트레이터의 아름다운 그림과 함께 만나볼 수 있는데 이야기에
감성을 더해 더욱 좋았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