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싫은 여자』는 제21회 부산국제영화제의 출품작이기도 한 <얄미운 여자>의
원작소설로 일본에서는 6부작 드라마로도 제작된바 있다고 한다. '싫은 여자', '얄미운 여자'. 어떤 제목이든 결코 좋은 의미는 아니다. 그런데
이런 의미가 남자들에게서가 아닌 여자들에게서 듣는 말이라고 하니 과연 이 여자의 정체는 무엇일까하는 생각이 든다.
나츠코는 남자들에게는 사랑받는 사람이지만 여자들에게는 정반대로 얄밉고 나쁜 여자이다. 그리고
여기 또다른 여자가 나온다. 테츠코는 오히려 나츠코와 정반대의 여자이다. 사기꾼도 아니다. 남들이 봐도 인정할 정도로 반듯하고 똑똑한
여성이다.
남자들이 반할만한 요소를 두루 갖춘 나츠코는 자신의 그런 매력을 누구보다 잘 알고 이를
적극적으로 활용해 그들을 대상으로 사기 행각을 벌이며 살아간다. 어쩌면 이런 성격은 타고난 것일지도 모른다. 나츠코와 잠깐이라도 이야기를 나눈
남자들은 자연스레 그녀에게 빠져들고 그녀는 그녀대로 남자들을 이용하는 것이다.
변호사인 데쓰코는 이런 나쓰코가 벌이는 다양한 사건들을 해결해주기 위해 20대에서부터 은퇴한
70대가 되어서까지 수십년 동안 뒤치닥거리를 하고 있다. 남자와 여자, 각기 다른 성에게서 완전히 다른 평가를 받는 나쓰코는 어쩌면 데쓰코에게도
다른 여성들과 같은 평가를 받는 사람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수십 년에 걸쳐서 나쓰코를 마주하게 되면서 데쓰코는 그녀의 여러 모습들을 보게 되고 그
과정에서 반듯하게 살아왔으나 오랫동안 품고 살아온 공허함을 치유해간다.
두 삶은 마치 자석의 N극과 S극처럼 너무나 다른 모습이다. 사기꾼과 변호사라니 말이다.
그러나 나쓰코가 그동안 알아왔던 것처럼 단지 남자들의 등쳐서 그들로부터 돈을 갈취하는 사기꾼일 뿐이지 않다는 것을 알게 되고 그녀 안에 감춰진
또다른 모습을 발견해가는 과정, 그속에서 오히려 자신이 치유받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그려지는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