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스페인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알게 된 것은 순전히 우연이였다. 케이블의 여행 채널을 틀었을
때 방송되었던 <세계테마기행>에서 스페인 북부편이 방송되고 있었던 것이다. 스페인으로 기타 유학을 떠났다가 개인적인 사유로 사진작가의
길을 걷게 된 주인공이 스페인 북부를 여행하는 이야기였는데 그 마지막 편이 바로 산티아고 순례자의 길을 걷는 다양한 사람들의 사연과 마침내
그곳에 도착한 이들의 이야기가 소개되고 있었던 것이다.
이전까지 이런 것이 있는지도 몰랐는데 그 방송을 보면서 왜 사람들은 무려 800km에 달하는
길을 걷고 있는 것인지 궁금했고 그 길에서 그들은 무슨 생각을 하고 평균 한달 가량을 걸어야 도착하는 그 길의 끝에 자리한 산티아고 데
콤포스텔라에서는 어떤 감회에 젖게 될지 너무나 궁금했고 어설프게나마 나도 이 길을 걸으면 무엇인가 달라져있지 않을까하는 막연한 기대감을
가졌던것도 같다.
이후 관련된 도서들을 찾아 읽기 시작하면서 의외로 많은 사람들이 이 길을 먼저 걸었다는 사실과
누군가는 한 번 이상을 걷기도 했고 또다른 이는 한번에 완주하는 것이 아니라 해마다 휴가를 내어 조금씩 그 길을 이어서 걷는다는 것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국내에서는 모 항공사의 광고가 방송되면서 더욱 많은 사람들이 이 길에 관심을 갖게
되었고 이는 초기 순례자들이 걸었던 목적을 넘어, 종교에 구애받지 않고 다양한 사람들이 그 길을 걷는다는것 또한 알게 되면서 여전히 내겐 마치
로버트 프로스트의 '가지 않은 길' 같은 궁금증과 기대감으로 남아 있다.

사실 인터넷 검색만 해봐도 일반인들이 자신의 여정을 날짜별로
잘 기록해놓은 것을 볼 수 있을 정도로 정보를 구하기엔 어렵지 않은데 종착지는 같을지언정 그곳으로 향하는 출발지는 다양하다는 것도 곧 알게 될
것이다. 비록 많은 사람들이 대체적으로 출발 지점으로 삼는 곳이 존재한다는 것 말고는 말이다.
그런데 『돌아오는 길은 언제나 따뜻하겠지』는 기존의 루트와는
확실히 다른 여정을 보여준다. 무려 10년째 도보 여행을 즐기고 있다는 이 책의 저자인 화가 류승희는 지난 1989년 프랑스로 유학을 떠난
이후로 그곳에서 활동을 하고 있는데 이 책을 통해서 '프랑스 르 퓌 길' 도보 여행을 소개하고 있기 때문이다.


모두가 떠나는 길과는 조금 다른 여정. 그래서 누군가는 평생 한 번 볼 수 없을지도 모를
낯설지만 아름다운 풍경과 그 지역 만의 이야기를 만날 수 있는 것이다. 게다가 이 길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곳도 있어서 도보 여행을
좋아하는 사람들과 모두가 걷는 길이 아닌 조금은 색다른 시도를 해보고 싶은 사람들에게는 좋은 도보 여행길이 될지도 모른다.
프랑스 르 퓌 앙 블레(Le Puy en Velay)에서
론세스바예스(Roncesvalles)까지를 의미하는 총 길이 800km에 달하는 대장정의 이 길에는 세계문화유산으로 지정된 도시가 15개나 되며
여정 곳곳에서 프랑스만의 문화와 역사, 예술 등을 만날 수도 있으며 여기에 파리지앵으로 살아가는 저자의 이야기까지 더해져 마치 이 책 자체로
문화 기행 같은 느낌마저 들 정도이다.
그러나 결코 지루하지 않고 여정의 곳곳을 담아낸 사진과 자신만의 시선으로 관찰한 이야기를
들려주기 때문에 조금은 생소한 여정만큼이나 특색있는 순례자의 길을 경험할 수 있다는 점에서 그녀의 여정을 따라가는 길이 상당히 흥미롭고 또 그
이상으로 즐거웠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