법정스님이 열반에 드시진도 벌써 7년이란 시간이 지났다고 한다. 스님은 살아생전 스스로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셨고 이와 관련해서는 학창시절 수필을 배우기도 했었다. 죽음 이후에도 자신이 남긴 것을 정리하길 바라셨던 마음에 스님의
도서들이 절판이 되고 그로인해 오히려 더 많은 독자들이 스님의 말씀만큼은 남기고 싶어서 그 책을 더욱 소유하려했던 기억도 난다.
가진 것으로 인해 겪게 되는 고통도 가지지 못한 것으로 인한 고통도 스님의 말씀을 생각하면 참
부질없다 싶기도 하지만 여전히 욕심많은 사람이라 무소유의 삶을 실천하기란 어려운것 같다.
7년이란 시간이 지났음에도 불구하고 여전히 스님과 관련한 도서는 많은 독자들의 관심을
환기시키기에 부족하지 않은데 『시작할 때 그 마음으로』은 이전에 법정 스님과 관련된 일을 하셨던 현장스님이 법정 스님 선묵과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발제문을 엮어 한 권의 책으로 출간하고 싶다는 열림원의 연락을 받고 고심 끝에 그 부탁을 받아들여 세상에 나오게 된 책이라고
한다.
이 책에는 '법정 스님의 명동성당 강론', '법정 스님의 종교 교류 활동', '법정 스님이
애송한 시', '법정 스님의 편지'가 수록되어 있는데 그중 법정 스님의 편지와 선시, 짧은 글은 원래 제목이 없었으나 이번 책으로 출간되는
과정에서 현장 스님이 임의로 붙였다고 한다.
사실 종교로 인해 지금도 전세계는 무고한 사람들이 희생당하고 있는데 가장 포용력을 가진 동시에
배타적인것 같은 종교계에서 법정 스님은 타종교와는 거리를 두기 보다 오히려 교류하는 모습을 보여주심으로써 많은 불교 신자는 물론 타종교
신자분들에게도 큰 감동을 남기신 분이다.
그렇기에 명동성당에서 강연하신 내용은 참 의미가 있다고 생각하는데 사실 강연을 녹화한 동영상은
없었으나 이해인 수녀님이 녹음을 하신 덕분에 이렇게 글로써 만날 수 있게 된 셈이니 고마운 일이 아닐 수 없다.
내가 속한 종교만이 최고여서 타 종교에 대해 배타적인 모습이 아니라 서로 존중하는 모습은
참으로 인상적인데 명동성당 강론과 종교 교류 활동 부분에서는 이를 여실히 보여주어 지금 이 시대의 종교인들에게 많은 것을 시사할 것이다.
아울러 스님이 애송한 시는 물론 다른 분들과 주고 받은 편지는 짧지만 그 자체로 수양의 시간을
갖게 하는것 같아 비록 그 주인공은 따로 있으나 대중에게 전하고자 하는 말씀이신것 같아 참좋았던 부분이여서 비록 『무소유』는 소유할 수 없었으나
이 책만큼은 오래도록 소유하고픈 마음이 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