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
루스 오제키 지음, 민은영 옮김 / 엘리 / 2016년 12월
평점 :
절판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는 신비로움이 느껴지는 이야기다. 바로 직전까지 전혀 상관없었던 사람들이 그 순간을 기점으로 마치 하나로 연결되는 듯한 마법 같은 이야기이기 때문이다. 도쿄와 캐나다에 살고 있는 나이도 처지도 다른 사람들의 이야기가 전혀 괴리감이 느껴지지 않고 유기적으로 잘 쓰여져 있어서 독자들로 하여금 더욱 이 책에 몰입하게 만드는 것이다.

 

특히나 과거와 현재를 오가며 각 시간대의 인물들이 화자가 되어 자신의 시점에서 이야기를 써내려가는 것은 마치 한 편의 영화를 보는것 같은 느낌마저 들고 그래서 누군가가 경험했을지도 모를 신비로운 이야기처럼 느껴지는 것이다.

 

흥미로운 점은 이 책에서 현재의 시간을 살고 있는 소설가가 직접인 루스는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의 실제 저자인 루스 오제키와 이름이 같다. 그래서 이 책을 읽는 내내 묘한 기분을 떨쳐낼 수 없는것도 사실이다.

 

캐나의 어느 섬에서 살고 있는 루스는 마치 스포츠 선수가 슬럼프에 빠지듯 더이상 소설가로서 자신이 글을 쓰지 못할것 같은 감정에 괴로운 나날을 보낸다. 그러던 어느 날 그녀가 해변을 걷다가 바닷가에서 밀려 온 도시락 통 하나를 줍게 되면서 신비하고도 놀라운 이야기가 시작된다.

 

도시락통 안에는 놀랍게도 바닷물로부터 상하지 않고 각기 일본어로 쓰여진 일기와 프랑스어로 쓰여진 편지 묶음, 책 한 권, 손목시계가 담겨져 있었다. 루스는 그속에서 자살하는 것이 유일하게 인생으로부터 탈출할 수 있는 방법이라 믿는 도쿄의 십대 소녀인 나오의 삶을 만나게 된다.

 

그녀의 이야기를 읽으면 읽을수록 필연적으로 루스는 나오를 도와주고 싶다는 생각을 게 되고 과연 나오는 현재 어떻게 되었을까하는 생각을 하게 된다.

 

열여섯 살의 나오와 증조할머니인 백네 살의 비구니 지코가 주고 받은 이야기, 이들의 이야기를 읽는 루스의 이야기가 자연스레 교차하고 그 과정에서 학교에서 왕따를 당하고 나오의 이야기, 자식을 잃은 지코 할머니의 이야기, 그리고 아버지이자 아들인 하루 1번의 이야기 등이 흘러나온다. 여기에 일본을 덮쳤던 지진과 쓰나미는 물론 그로 인해 발생한 문제에 제대로 대응하지 못하는 회사, 9.11테러나 전쟁 등 이야기까지 마치 대서사시 같은 이야기가 해변가에 떠밀려온 도시락 통을 여는 순간 펼쳐지는 것이다.

 

10대 소녀의 시점에서 겉으로나마 담담하게 펼쳐지는 많은 이야기는 그녀의 담담한 어조와는 달리 충격적일 수 밖에 없다. 그렇기에 나오와 루스의 이야기를 읽는 독자들은 『내가 너를 구할 수 있을까』라는 제목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될지도 모르겠다.

 

마치 과거의 사람이 현재를 살아가는, 어쩌면 그 인물 역시도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할지도 모를 상황에 놓인 이에게 자신의 이야기를 들어달라고 말하는것 같아서 전혀 다른 시대를 사는 두 사람을 연결지어주는 마법같은 이야기라는 생각이 드는 흥미로운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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