언덕 중간의 집 사건 3부작
가쿠타 미츠요 지음, 이정민 옮김 / 한즈미디어(한스미디어) / 2016년 11월
평점 :
절판


모성애는 본능일까? 흔히들 '여자는 약하지만 어머니는 강하다'고 이야기 하기도 한다. 아이는 여자 혼자서가 아니라 남자와 여자 사이에서 태어나지만 유독 여자에게 어머니라는 굴레를 지나치게 씌우는것은 아닐까?

 

특히나 첫 아이인 경우엔 엄마도 서툴수밖에 없다. 엄마도 엄마가 처음이니 말이다. 뱃속에 있을 때가 제일 편하다는 말도 하지만 사실은 뱃속에 있을 때부터 엄마는 걱정이다. 이미 이전부터 엄마는 아이의 건강을 위해서 먹는 것도 가리게 되고 미신이라고 해도 좋은게 좋은거라고 가급적이면 말을 따른다.

 

그리고 태어난 이후부터는 온전히 아이는 엄마의 차지가 된다. 육아에 적극적인 아빠도 있겠지만 보통 2~3시간 간격으로 모유 수유든 분유 수유든 해야 하기에 자는것 같지도 않은 나날들이 이어지다보면 정신적, 육체적으로 상당히 피폐해지기 마련이다.

 

그래도 다음날 출근을 해야 하는 아이 아빠를 위해서 엄마는 전적으로 아이를 책임지려 한다. 그러나 왜 우는지도 모르게 계속 울기라도 하면 엄마도 답답하고 어쩔 수 없는 마음에 같이 울고 싶어진다. 어쩌면 진짜 함께 운 경우도 있을 것이다.

 

이렇게 힘드니 어떤 상황이 발생하든 엄마에겐 책임이 없다고 옹호하고 싶은 마음도 없고 반대로 아빠가 책임이라는 비난하고 싶지도 않다. 그러나 『언덕 중간의 집』을 읽으면서 나 역시도 아이를 키우느라 밤잠을 설치고 때로는 영문을 몰라 응급실로 뛰고 외출은 커녕 먹고 싶은 것도 아이를 생각해 가려야 했던 때가 있었음을 떠올린다.

 

이 책의 주인공인 리사코는 결혼 후 전업주부가 되어 세 살된 딸 아야카를 키우고 있다. 육아는 대체적으로 그녀가 한다. 그러던 어느 날 자신도 있고 있었던 형사재판의 보충 재판원으로 선정이 되어고 얼마 전 자신도 TV 뉴스와 신문에서 보았던 미즈호라는 한 여성이 돌도 채 되지 않은 자신의 친딸을 욕에 빠뜨려 살해한 사건의 재판에 참여하게 되면서, 어딘가 모르게 자신의 처지와 비슷하게 느껴지는 대목들을 떠올리게 된다.

 

행복한 마음으로 아이를 낳았으나 엄마가 처음이였던 미즈호는 육아에서 어려움을 겪게 된다. 그녀도 처음이였으니 실수를 할 수도 있을테지만 이에 대해 주변에서는 미즈호를 다독여주기 보다는 오히려 엄마니깐 당연히 해야 할 일을 제대로 하지 못함을 지적한다. 결국 미즈호는 아이의 발달이 느린 부분에 대해서도 마치 엄마인 자신을 탓하는 것이라 생각하고 외부의 도움을 받으려 하지 않고 어느 날 자신이 기억하지 못하는 가운데 이 사건이 발생하는 것이다.

 

대체로 아이가 아프면 엄마는 마치 자신이 제대로 돌보지 않아서 아프가 아픈거라고 자책한다. 그리고 병간호로 인해 정신도 육체도 피로해진다. 게다가 혹시라도 또래보다 몸무게가 적게 나가거나 키가 작거나 말이 느리거나 하면 이또한 자신의 탓인가 싶어 자책한다.

 

분명 리사코가 참여하게 된 재판은 끔찍한 사건이다. 그러나 리사코가 스스로도 유아의 엄마로서 육아를 전담하다시피 하면서 주변의 참견과도 같은 질책성 조언이라든가, 엄마이기에 당연하게 생각했던 인식, 실제로 아야카를 키우면 힘들었던 육아를 회상하는 동시에 어쩌면 현재진행형인 그 과정을 재판 과정과 교차시켜서 보여줌으로써 주변에서 아무렇지 않게 내뱉았던 그 말이 아이와 가장 많은 시간을 보내고 오롯이 자신에게 의지하는 그 작은 생명을 책임져야 했던 엄마에게는 실로 엄청난 상처의 말이 될 수도 있다는 것을 여실히 보여준다.

 

아이를 키우면서 정말 소원이였던 것은 밤에 깨지 않고 푹 자보는 것이였다. 태어나고 몇 년 간은 함께 자면서 혹시라도 밤에 자다가 울면 마치 자동반사처럼 일어나 왜 우는지도 모르는 아이를 달래면서 졸기도 했었다.

 

지금 돌이켜보면 그 시간을 어떻게 보냈을까 하는 생각이 먼저 들지만 모두 그렇게 하루하루 힘들지만 아이의 웃음 한번에 또 힘을 내서 견디는 것이다. 그렇기에 리사코와 미즈호의 모습은 우리나라 엄마들의 모습과 결코 다르지 않아 잔혹한 살해 현장 하나 나오지 않음에도, 외부에서는 결코 알 수 없는 한 가정 속에 담긴 이야기가 적나라하게 느껴져 안타까움을 자아내게 만드는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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