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국내에서는 베스트셀러가 된『오베라는 남자』를 통해서 까칠한 성격 탓에 이웃들과 잦은 트러블을
발생케했던 오베라는 남자의 이야기로 많은 사람들의 사랑을 받았고 후속작품인 『할머니가 미안하다고 전해달랬어요』를 통해서는 가족간의 화해와 소통을
통해서 감동을 선사했던 프레드릭 배크만이 새롭게 선보이는 『브릿마리 여기 있다』는 무려 40년이 넘는 시간 동안 정해진 대로의 삶을 살았던
브릿마리라는 여성이 세상에 자신의 존재를 각인시키기 위해 지금까지와는 다른 삶을 살고자 애쓰는 모습이 그려진다.
전업주부로 40년을 살아오면서 남편 켄트가 퇴근해 집에 들어오는 순간 때에 맞춰 식탁을 차리고
남편이 돌아오기 전에는 침대에 눕지도 않으며 과탄산소다로 집 곳곳을 청소하면서 마치 미국의 마사 스튜어트 같은 내공을 지녔으나 거의 모든 결정과
외부일에서 만큼은 사업을 하는 남편이 처리했기에 모든 것에서 서툴다.
이런 브릿마리를 남편이나 다른 사람들은 상상력이나 융통성이라고는 눈꼽만큼도 없다고 생각하지만
이건 그저 브릿마리의 삶이 남들과는 달리 집안에서 주부로서의 일에 최선을 다하는 것이 자신의 임무라고 생각했고 이를 대충하는 것이 아니라
프로페셔널하게 해온 탓일지도 모른다.
그렇기에 생애 처음이나 다름없이 직업을 구하기 위해 집 밖으로 나와 보여주는 말과 행동을세상
사람들은 쉽게 이해하지 못한다. 고용 센터의 여자 직원 역시도 브릿마리의 남다른 모습에 곤란해 하지만 오히려 이해하기 힘든 건 브릿마리
자신이다.
결국 여직원에게 연어를 이용해 저녁 식사를 마련해주며 1년간 지속되어 온 남편의 부정행위를
담담히 이야기 하면서 어느 날 우연히 한 여자의 죽음을 다룬 기사를 통해서 마치 그녀가 세상과의 어떤 끈도 없었기에 죽은 지 몇 주가 지나서
악취 때문에 발견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녀 역시도 이제 그렇게 될지도 모른다는 생각에 직장이 있다면 만약 그녀에게 무슨 일이 생겨 출근을
하지 않았을 때 세상은 그녀의 존재를 알아차릴 것이라고 담담히 이야기 한다.
브릿마리는 오베의 여자버전 같다. 덜 괴팍하지만 훨씬 더 사회성이 부족해 보이는 사람으로
오베에게 집이 보호막 같았다면 이제 브릿마리는 자신이 살던 집을 나와 고용센터에서 추천해준 보르그라는 지역의 레크리에이션 센터 관리인으로 취직을
하게 된다.
보르그는 마치 지역 전체가 서서히 죽어가는 듯한 동네로 이 직업 역시도 길어봐야 몇 주 정도만
가능할것 같다고 고용센터 여직원은 말한다. 빈민가와는 또다른 분위기의 동네에서 브릿마리는 지금까지 자신이 그러했던 것처럼 매일 청소를 하고
자신이 그토록 싫어하는 축구를 하는 아이들의 운동봉을 씻어주며 묵묵히 하루하루를 보낸다.
그런 가운데 조금씩 변화가 찾아와 사회성 제로에 가깝던 브릿마리에게도 친구가 생기고 그 자신은
축구팀 코치라는 직함도 떠맡게 된다. 이런 변화는 사람을 넘어 보르그라는 지역도 점점 달라지게 만드는데...
개인적으로는 프레드릭 배크만의 세 소설 작품 중에서 『브릿마리 여기 있다』가 가장
흥미로우면서도 극적이라는 생각이 들었고 비슷한 듯 각기 다른 매력으로 선보인 이야기라는 생각도 들어서 난생 처음 '여행'이라는 것을 떠나게 된
브릿마리의 도전에 박수를 보내고 싶어지는 그런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