휴 그랜트도 모르면서
루시 사이크스.조 피아자 지음, 이수영 옮김 / 나무옆의자 / 2016년 11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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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금처럼 디지털 기기와 기술이 발달하기 전까지만 해도 잡지는 오롯이 책으로만 읽을 수 있었다. 하지만 시대가 흘러 이제는 잡지나 신문에 실리기도 전에 우리는 인터넷으로 실시간으로 만날 수 있게 되었는데 신문사나 잡지사들로 인터넷 홈페이지를 통해 자신들의 기사를 온라인에 공개하기도 하기 때문이다.

 

그런 가운데 루시 사이크스와 조 피아자의 장편소설 『휴 그랜트도 모르면서』는 보그 편집장인 안나 윈투어를 영화화 했다는 이유로 화제가 되었고 영화 속에서 온갖 명품이 등장해서 또 한번 화제가 되었던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디지털이 입혀진 이야기로 유명세를 타고 있는 책이다.

 

두 저자는 쌍둥이 자매 관계로 먼저 루시 사이크스는 스타일리스트, 패션 에디터로 일하며 『마리클레르』에서 6년간 패션 디렉터로 활약했다. 최근에는 자신의 아동복 브랜드를 런칭해 유명 백화점에 입점시키기도 했으며 조 피아자의 경우에는 야후 트래블의 편집장으로 『월스트리트저널』의 정기 기고가라고 한다. 바로 이러한 두 저자의 경력이 자연스레 이 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뉴욕이 패션계에서 일하는 이머진 테이트는 패션지의 편집장으로 일하던 중 유방암 진단을 받고 6개월간 병가를 낸다. 다행히 직장에 복귀를 하게 되지만 그녀가 업계에서 떠나 있던 동안 잡지사는 너무나 많이 달라져 버렸다.

 

그녀의 어린 어시스턴트였던 이브 모턴은 그 사이 하버드에서 MBA를 마치고 돌아와서 종이잡지가 아니라 매거진과 쇼핑몰을 결합시켜서 앱으로 만들어 버린 것이다. 결국 잡지사에도 광풍이 몰아치듯 나이가 든 직원들이 해고되고 이머진 역시도 그들 중 한 명에 속하게 된다. 이머진의 눈에 직장은 휴 그랜트도 모르는 20대 애송이들만 존재하는 곳이 되어버린다.

 

아마도 여기까지 였다면 이야기는 재미적인 요소에서 다소 부족했을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브가 이제는 전 남자친구가 현직 상원의원과 사귀면서 이머진은 일과 사랑 모두에서 자신의 어시스턴트였던 이브에게 빼앗기는 기분을 경험하게 되는 것이다.

 

결국 아날로그적인 요소는 디지털에 밀려 이머진 역시도 전자처럼 후자에 밀리게 되는데 스스로도 디지털화 세상에 대한 지식이나 정보가 부족해 보이지만 이내 그대로만 당하고 있을 수 없어 이머진이 자신이 가장 잘 아는 패션과 부족하지만 시대의 흐름을 피할 수 없는 디지털의 장점을 결합한 자신만의 무기로 이브에 반격할 준비를 해나가는 것이다.

 

어딘가 모르게 영화 <인턴>의 로버트 드니로를 떠올리게도 하고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에 디지털을 입힌 이야기라는 말이 이해되기도 한다. 이브 역시도 어쩌면 살아남기 위한 하나의 트렌드로서 회사를 탈바꿈 시켰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만 그럼에도 이야기가 진행되는 동안 개인적으로 이머진의 행보에 응원의 박수를 보내게 되는 것은 그녀가 지닌 인간적인 매력이 더 크게 와닿았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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