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미 우리는 역사를 통해서 하나의 새로운 나라가 건국되기 위해서는 그 이전의 나라가 무너졌을
때 가능하다는 것을 알고 있다. 이때 무너진다는 것은 외부의 침략이 원인이 되기도 하지만 대체적으로 내부적으로 문제가 발생해 이것이 주된 요인이
되는 경우를 어렵지 않게 만날 수 있는데 망해가는 나라에서 공통적으로 나타나는 현상들을 보면 이는 더욱 이해가 잘 될 것이다.
그렇기에 500년의 역사를 자랑하던『조선은 왜 무너졌는가』 라는 질문은 어딘가 모르게 지금
우리 대한민국의 현실을 떠올리게 해서 눈길을 끈다. 현시국으로 인해서 서점가에서도 현실을 반영하기라도 하듯 관련된 도서들이 어떤 홍보도 없이
다시 유명해지거나 새롭게 주목받고 가운데 "역사는 과거와 현재의 대화다"라고 말한 E.H. Car수가 의 말은 눈여겨볼만한 대목이 아닐까
싶다.
게다가 이 책은 조선의 멸망은 제도에 중점을 두는 경제성장론(제도론)을 통해서 접근하고
분석한다는 점이 상당히 흥미롭다. 가령, 서두에서도 언급된 것처럼 미국 유명 대학의 교수들이 남북한 간의 경제력 격차를 설명하는데 있어서
1945년 분단 이후 두 나라에 정착된 정치제도가 지금의 심한 경제적 격차를 불러왔다고 말하는데 이 책에서는 조선의 주요 제도를 통해서 과연
어떤 제도가 조선의 정치와 사회를 안정시켰고 반대로 또 어떤 제도가 어떤 이유에서 경제성장을 저해했는지를 알아본다는 것이다.
바로 이러한 목적에서 출발해 조선이 가난했던 물음에 답하고자 19세기 서양 무역상, 중국인,
조선 통신사의 기록을 불러오고 정치력과 경제력의 불일치를 보여준다. 그 당시에 존재했던 다양한 정치·사회 제도들인 유교화나 세계 최초로
금속활자를 발명하였으나 보다 더 많은 사람들에게 알려져야 할 양서가 많이 인쇄되지 못했던 현실, 사농공상이라는 체제가 불러온 문제, 관료제를
비롯한 신분제도, 개혁을 거부했던 정치제도의 폐쇄성, 상업에 종사하는 것을 경시했던 풍조, 토지 소유권 등과 같은 다양한 재산권과 조세제도 등에
이르기까지 참으로 다양한 사례를 통해서 이 책이 묻고자 하는 바에 답하기 위해 노력한다.
하나의 부분에 치우치지 않고 다양한 방면에서 접근하고 있다는 점이 상당히 의미있는데 바로 이런
과정을 통해서 얻은 결과는 곧 현대를 살아가는 우리들에게 조선의 사례를 통해서 무엇을 깨우쳐야 하는지를 묻는다. 그렇기에 현재의 문제를 과거
역사 속에서 답을 찾고자 하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다가오는, 그렇지만 결코 간과할 수 없는 무게로 다가오는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