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의점 가는 기분 창비청소년문학 75
박영란 지음 / 창비 / 2016년 10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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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의점 가는 기분』은 야간에 편의점에서 일하고 있는 열여덟 살의 '나'라는 소년을 주인공으로 하여 가난한 도시의 변두리에 위치한 편의점을 찾는 다양한 사람들의 삶을 사실감있게 그려내고 있다.

 

마치 한편의 연극을 보는것 같은 기분마저 드는 것은 아마도 이야기의 주무대가 심야의 편의점이라는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일 것이다. 편의점이라고 하면 우리 주변에서 너무나 쉽게 접할 수 있는 공간으로 머문다기 보다는 빠르게 지나쳐가는 곳이라는 점, 게다가 번화가가 아닌 가난한 도시의 변두리라고 특정화시킨 점도 이곳을 찾게 될 사람들과 그들이 들려줄 이야기가 궁금하게 만든다. 

 

'나'라는 소년은 원래 이미 재개발이 예정되어 있는 마을에서 외할아버지가 운영하시던 마트 일을 도왔지만 외할아버지가편의점을 열게 된 이후로는 밤 시간 동안 편의점을 맡게 되었다. 소년은 현대 외조부모와 살고 있고 고등학교는 자퇴한 상태로 그런 그의 유일한 친구는 한동네에 살았던 수지라는 장애를 가진 소녀였다.

 

밤마다 스쿠터에 수지를 태우고 달렸던 소년이지만 편의점을 오픈 하기로 되어 있는 전날 찾아간 수지네 집에는 아무도 없었다. 그렇게 수지는 어디론가 떠나버렸다.

 

그렇게 이제는 한밤에 편의점을 지키게 된 소년은 겨울 한 철 동안 편의점을 찾아오는 다양한 손님들과 마주한다. 모두 저마다의 사연을 간직하고 있다. 아픈 엄마와 자신의 사라진 친구와 이름이 같은 수지, 사회적으로도 찬반 논란을 일으키는 캣맘, 어딘가 그 정체가 마치 홍길동처럼 불쑥불쑥 나타났다 사라지기는 남자 등등...

 

변두리의 오래된 마을에 있는 편의점의 심야 시간대에 참으로 다양한 이야기를 가진 사람들이 등장한다. 보호를 받아야 할 것 같은 나이에 오히려 엄마를 지키는 아이가 공항을 찾아가는 이야기는 너무 마음이 아파진다.

 

그래서일까? 그 마음을 소년 역시도 모른체 할 수가 없었고 결국 그들에게 비록 유통기한이 지난 도시락이지만 건낼 수 밖에 없다. 소년이 하루 하루 시간을 보내는 이 공간이 수지나 엄마, 캣맘 등과 같은 이들에겐 잠시나마 쉴 수 있는 휴식의 공간이 된다.

 

깊은 밤 불이 켜져 있는 공간, 단순히 돈을 벌기 위한 상업적인 공간으로만 비춰지지 않는 그곳에서, 그곳을 찾는 사람들의 이야기 속에서 겉돌지 않고 공감대를 이루는 모습은 어쩌면 소년 역시도 그들처럼 가슴 속에 남들과는 다른 무엇인가를 품고 살아가기 때문일지도 모르겠다. 익숙한 공간을 이렇게 재창조해낸 작가의 관점이 흥미롭고 그 이상으로 등장인물들의 삶이 결코 소설 속 이야기로만 느껴지지 않아 더 큰 울림을 선사하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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