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시절 타지에서 생활하다 가끔 집으로 돌아오면 어머니는 항상 버스 정거장까지 마중 나오셨고
다음날 아침이면 늘 내가 좋아하는 음식들로 상을 차리기 위해 부엌에서 분주하셨다. 설핏 잠결에도 그런 소리가 들렸는데 묘하게도 이 소리를 듣고
있으면 드디어 집에 돌아왔구나 싶은 생각이 들었다.
자칫 늦게까지 자고픈 아침잠을 방해하는 소음이라 생각할수도 있지만 오히려 그 소리를 듣고
있노라면 마음이 포근해져서 어린시절 어머니의 부엌은 나를 포함해 나머지 가족들을 위해 어머니가 맛있고 정성어린 음식을 만들어내는 그런 장소로
기억된다.
그렇기에 사샤 마틴 자신의 자전적 이야기로 가득한, 동시에 아주 특별한 프로젝트의 과정이자
결과물이기도 한 『부엌은 내게 사랑하는 법을 가르쳐주었다』가 궁금했고 더 큰 의미로 다가왔는지도 모른다.
이 책의 저자인 사샤 마틴은 푸드 칼럼니스트인 동시에 요리 블로거이다. 그녀는 보스턴의 노동자
지구에서 어려운 어린 시절을 보내던 당시부터 부엌에서 요리를 배웠으며 사샤의 특이하고 창의력이 넘치는 요리 선생님은 바로 그녀 자신의
어머니였다고 한다.
홀몸으로 오빠와 사샤를 키워야 했던 어머니는 어려운 가정 형편 때문에 식료품 쿠폰으로 생활을
했음에도 불구하고 가족들에게 다양한 요리를 개발해 줌으로써 부엌이 활기찬 곳으로 만들었다고 한다. 하지만 이후 오빠와 사샤는 위탁가정을 전전하는
등의 힘든 시기를 보내게 되고 또 그 만큼이나 힘든 청소년기를 보내게 된다.
그리고 요리는 이렇게 힘들고 아픈 시기를 보낸 사샤가 다시 세상과의 연결고리가 되어 주었다고
말하는데 성인이 되고서는 본격적으로 요리 학교에 다니게 되고 이 책이 탄생 계기가 되는 '195주동안 195개 나라의 음식을 만들어 먹겠다'는
도전을 시작해 무려 4년 만에 성공리에 마치게 된다.
처음 그녀는 이 책에 달콤한 사연들로 채울 생각이였다고 고백한다. 그러나 진실된 마음은 그녀로
하여금 달콤하고 편한 진실만이 아니라 자신의 힘든 어린 시절부터 시작해 방황하던 시기, 블로그를 운영하면서 알아가던 음식에 대한 이야기와 지금에
이르기까지의 모든 이야기들을 담아내게 되었던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사샤 마틴이라는 한 푸드 칼럼니스트이자 요리 블로거인 여성의 지극히 개인적인
성장기이자 작지만 위대한 도전기인 동시에 삶의 순간순간에 강렬하게, 또 소중하게 자리하고 있는 음식에 대한 이야기다.
책의 중간중간에는 어떤 요리와 그에 얽힌 이야기, 해당 요리를 만들기 위해 필요한 재료와
자세한 조리 과정이 소개된다. 맛있는 요리를 먹으면 기분이 좋아지는 것처럼 때로는 아프고 힘들고 고통스럽기도 한 이야기를 속에서도 음식이 주는
위로를 우리는 받을 수 있을 것이다.
다만, 한 가지 아쉬운 점이라면 요리의 전체 과정을 사진으로 실을 필요는 없지만 완성된 모습은
한 컷이라도 사진을 담았다면 더 좋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