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 스토리콜렉터 49
데이비드 발다치 지음, 황소연 옮김 / 북로드 / 2016년 9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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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신이 본 모든 것을 기억한다는 것은 축복일까? 아니면 죽어야만 벗어날 수 있는 끔찍한 저주일까? 여기 그런 남자가 있다.『모든 것을 기억하는 남자』에이머스 데커. 그의 정확한 상태는 과잉기억증후군. 누군가에게는 그저 스쳐지가는 풍경조차도 데커에겐 마치 머릿속에 사진을 찍어 저장하듯 고스란히 기억된다.

 

‘참새 한 마리가 앞을 휙 스치더니 지나가는 자동차를 아슬아슬 피한 다음 위로 솟구쳐 산들바람을 타고 날아갔다. 그는 자동차가 사라지기 전 브랜드, 모델, 등록번호, 그 밖의 특징까지 파악했다.…… ’(P.12)

 

차 안에 타고 있는 사람들의 구성까지 기억하고 그 사람들의 표정까지도 기억하는 남자. 어쩌면 이토록 튀어난 기억을 잘 활용한다는 것은 큰 축복이 될수도 있지만 적어도 데커에겐 아니다. 바로 사랑하던 가족의 처참한 죽음을 목격한 그날부터는...

 

오랜 잠복근무가 헛수고로 끝난 어느 날 밤 집으로 돌아 온 데커 앞에 펼쳐진 광경은 평소와는 너무나 달랐다. 평소처럼 고요했으니 지나치게 고요했던 그날 밤 데커는 무언가에 미끌어지고 달빛에 비친 그것이 처남의 피라는 것을 곧 알게 된다.

 

이미 목숨을 잃었을 정도의 과다출혈. 뒤이어 사건 현장을 보존해야 한다는 것을 잘 알고 있는 직업임에도 불구하고 그 순간 데커는 누군가에 의해 살해된 피해자의 하나뿐인 가족이 되어 복도를 올라 방안에서 숨져있는 아내 카산드라와 침실에 딸린 욕실에서 목이 졸린 채 숨져있는 딸 몰리를 발견한다. 끔직하게 살해 된 가족들의 모습에 충격을 받은 데커는 자신이 소지하고 있는 권총으로 자신도 죽으려 하지만 결국 이는 실행에 옮겨지지 않는다.

 

평범하기 그지없는 나날들 중 하루였을 그날 밤이 데커에겐 평생토록 따라다닐 상처와 고통의 기억으로 자리매김하는 순간이다.

 

거구라는 말이 어울릴 정도의 체격을 가진 그가 가족의 살인사건 이후 하루하루를 노숙자처럼 살아가는 모습은 너무나 안타깝다. 언젠가 그에게는 집도 사랑하는 가족도 있었지만 이젠 그에게 남은 것은 끔찍한 고통과 기억 뿐이다.

 

그렇게 2년이라는 시간이 흐른 어느 날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남자가 데커의 가족들을 살해한 범인이라며 경찰서로 찾아오고 데커의 옛 파트너가 이 소식을 데커에게 전달하는데 세바스찬이라는 남자가 범행은 저지른 이유는 바로 데커가 가게에서 그를 무시했기 때문이라고 말했다는 것이다.

 

그러나 지나치게 많은 것을, 아니 지나가는 버스 안 승객 수가 그들의 표정까지 기억하는 과잉기억증후군인 데커의 기억 속에는 세바스찬 레오폴드라는 사람이 없다. 그러니 그는 절대 자신들의 가족을 살해한 진범이 아닌 것이다.

 

그런 가운데 맨스필드라는 고등학교에서 총기 난사 사건이 발생해 다수의 희생자가 발생한다. 2년 전의 사건처럼 범인의 행방이 묘연한 가운데 옛 상사의 권유로 이 사건에 개입하게 된 데커는 단서들을 찾아내기 시작하한다. 그리고 점차 이번 사건과 데커 가족들의 살인사건과 관련이 있다는 것이 밝혀지는데...

 

우연한 사고를 통해 과잉기억증후군이라는 능력을 얻게 되고 이를 통해 형사로서 성공하지만 인간적으로는 그렇지 못한 가운데 겪게 되는 가족의 살해와 총기 사고 이 둘의 연관성을 쫓는 가운데 모든 것을 기억하는 그가 놓쳐버린 단 하나의 사실을 추척하는 것은 이 모든 사건의 진실에 다가가는 길이라는 점에서 독자들에게 상당한 몰입감을 제시할 것이다.

 

최근에도 이 과잉기억증후군을 가진 주인공의 이야기를 읽었을 정도로 결코 낯설지 않은 소재이지만 대학에서 법을 전공하고 변호사로도 일한 데이비드 발다치는 변호사 경험에서 우러난 해박한 법지식을 잘 활용해 범죄소설로서의 매력을 잘 발휘하고 있는 작품이여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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