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즈의 의류 수거함 - 제3회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상 수상작 자음과모음 청소년문학 40
유영민 지음 / 자음과모음 / 2014년 3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아버지가 첫째 딸의 이름을 '도옥순'이라는 촌스럽게 짓자 엄마는 둘째딸만큼은 세련되고 특별하게 짓자 싶어 지은 이름이 바로 '로시', 하지만 성이 '도'이니 합하면 '도로시'되겠다. 엄마는 본인의 작명센스에 만족했지만 정작 도로시는 줄곧 놀림을 받았다.

 

이 책의 주인공은 바로 이 도로시라는 여고생으로 어느날 우연히 발견한 의류수거함에서 삐죽이 나와있는 검은색 스키니진을 발견하고는 불현듯 머리속에 떠오른 생각이 있었는데 그것은 바로 모두가 버린것이나 다름없는 의류수거함의 옷들 중 괜찮은 것을 훔쳐서 보세 옷가게를 운영하는 마녀라는 언니에게 팔게 된 것인다.

 

마녀와 로시는 호주 이민 카페를 통해서 만났는데 외고 입시에 실패하고 자살을 결심했던 로시는 그마저도 실패하고 경쟁이 없는 진정한 행복이 있다고 생각하는 호주로 이민가기 위해서 의류수거함 털이범이 된 것이다.

 

돈을 벌기 위해서 시작한 일이지만 오히려 그 일을 하면서 만난 사람들과의 잊을 수 없는 추억을 만드는데 노숙자임에도 불구하고 어딘가 모르게 교양이 있고 박학다식한 숙자씨(여기엔 도로시와 언니를 제외하고 이름이 나오질 않는데 모두가 별명으로 불리는데 노숙자여서 숙자씨로 남자다.), 폐지를 줍는 할머니, 희망을 안고 생사를 건 이북에서의 탈출로 남한에 와서 로시와 같은 의류수거함을 터는 카스 삼촌(남한에 와서 좋은건 맛있는 맥주를 마음껏 마실수 있다는 사실이라고 말하는데 그중에서도 카스 맥주를 좋아해서 카스 삼촌이라 불린다.), 마녀가 이들을 데리고 가서 소개해준 허름한 건물 옥상에 자리잡은 식당 '숲'의 마마까지 어떻게 보면 나름대로 사연 하나는 간직한 사람들인데 나의 의류수거함 털이를 통해서 연결된 사람이다.

 

호주를 가기 위해서 돈을 모으던 로시는 의류수거함에 버려진 누군가의 상장, 앨범, 일기장을 발견하고 그가 자살을 하기 위해서 신변을 정리하는 중임을 알고 이전에 옷에서 발견한 수첩 속 인물과 같다는 것을 알고 그가 인용한 책 <맥베스>를 이용해서 그와 이야기 하려고 시도한다.

 

결국 의류수거함의 번호에서 따온 195라는 남자를 만난다. 그가 왜 자살을 하려는지를 알게 되자 예전 자신이 죽고자 했던 생각을 떠올린 로시는 그의 자살을 막기 위해서 노력하고, 결국 경계심 가득했던 그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다.

 

아버지의 지나친 기대에 자신의 의지와는 상관없이 살았던 195는 로시의 노력으로 인생에서 처음으로 자신의 의지로 자신을 변화시키기 위해서 약물치료(미국 유학시절 마약을 접하게 되고 이것으로 이것이 간혹 발작과 같은 휴유증을 유발했었다.)를 위해 이런 시설이 잘 되어 있는 미국으로 떠나게 된다.

 

나이로 보면 많다고 할 수 없는 미성년자인 로시지만 누구보다 따뜻한 마음을 가졌고, 이런 마음은 숙자씨를 다시 살게 하고, 195에게 희망을 선사한다. 그리고 이야기의 끝은 예전 로시가 195와 소통하기 위해서 의류수거함에 그가 발견할 수 있도록 <맥베스>를 올려 놓은 것처럼 누군가가 올려 놓은 셰익스피어의 <한여름 밤의 꿈(유학시절 기억에 남았던 맥베스의 한 구절을 인용했던 195에게 숙자씨는 자신이 좋아한다는 '한여름 밤의 꿈'의 한 구절을 들려주었기 때문이다.>이 놓여 있음으로써 195가 돌아왔을까 하는 의구심과 설렘으로 마무리된다.

 

자신의 목적을 위해서 시작한 의류수거함 털이지만 결국 로시의 노력은 털이범으로 활동하는 동안 만난 사람들을 위해서 모여 쓰여진다. 이것은 결국 의류수거함은 '나눔'이라는 로시의 표현이 행동으로 실현되었다고도 할 수 있겠다.

 

상당히 재미있는 책이면서 아이디어가 뛰어난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자신이 사는 동네에서, 아파트인 경우에는 재활용 분리수거를 하는 구역에서 볼 수 있는 흔하디흔한 의류수거함, 별로 특별할 것도 없고, 딱히 크게 신경쓰지도 않는 의류수거함을 소재로 이런 글을 쓸 수 있다니 참 대단한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