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
멜라니 사들레르 지음, 백선희 옮김 / 무소의뿔 / 2016년 8월
평점 :
절판


 

『세상의 위대한 이들은 어떻게 배를 타고 유람하는가』는 발칙한 상상과 저자의 전문 분야가 만나 탄생한 아주 기발한 책이라고 생각한다. 이 책의 저자인 멜라니 사들레르는 프랑스 출신으로 박사과정을 밟고 있던 그녀는 논문으로 인한 스트레스를 풀 겸 해서 터키로 여행을 떠나고 톱카피 궁을 방문하려고 기다리던 중 아즈텍 제국의 멸망 시기와 오스만 제국의 전성기가 겹친다는 사실을 문득 깨닫게 된다.

 

그리고 이 깨달음에서 착안해 자신의 무려 3주만에 이 소설을 완성하게 되고 이후 프랑스 문단은 그녀의 첫 소설에 놀라움을 금치 못한다. 유수의 매체로부터 놀라운 평가를 받아낸 이 작품은 180쪽이라는 비교적 짧은 분량이지만 그속에는 16세기 황금의 제국 아즈텍과 그 반대편에 자리한 오스만 제국을 나란히 등장시키는데 아즈텍이 유럽의 정복자들에 의해 멸망의 길을 걸었던 것에 반해 유럽을 위협했던 오스만 제국과 현대의 이스탄불에 있는 역사학자와 아르헨티나에 있는 역사학자가 아즈텍과 오스만 제국의 멸망과 전성기에 얽힌 비밀을 풀어가는 설정은 흥미로운 역사적 배경과 함께 미스터리한 분위기마저 자아낸다.

 

이야기의 시작은 아르헨티나 부에노스아이레스 대학의 역사학자이자 노교수인 하비에르 레오나르도 보르헤스가 터키에 있는 동료이자 역사학자인 하칸이 국제학술대회를 준비하는 과정에서 도움을 받기 위해 그에게 낡은 두루마리를 보냈고 보르헤스는 그중 한 스케치를 통해서 완전히 새로운 그림 하나를 발견하게 된다.

 

분명 터키의 궁중 화가에 의해서 그려진 그림에는 아메리카 정복을 가리키는 연도와 아즈텍 여신이 그려져 있었던 것이다. 게다가 그 시기는 아즈텍 제국이 아직 무너지지 않을 때였기에 이는 곧바로 보르헤스의 지적 호기심과 함께 이전까지 연구를 뒤집는 놀라운 사실이 숨겨져 있을 것이란 기대감을 갖게 한다.

 

결국 보르헤스는 이에 집중적으로 파고들고 동시에 터키 이스탄불에 있는 하칸에게 이 놀라운 사실을 증명하기 위한 역사적 추적을 부탁한다. 처음에 친구가 미친게 아닌가 싶어하던 하칸 지금의 터키 역사를 뒤집을만한 사실에 접근해가고 과거 한 역사학자가 이 일에 연루되어 독살되었다는 사실을 알게 되고 그가 남긴 수수께끼의 단서를 찾아 그 모든 것이 가리키는 모스크로 가서 바닥 아래 감춰진 자그만 무덤에서 비밀을 마주하게 된다.

 

현대와 16세기를 오가면 이야기는 진행되는데 현대의 경우 보르헤스와 하칸의 진실을 추척하는 과정이 그려진다면 16세기의 경우에는 스페인의 침략으로 위기에 놓인 아즈텍 왕국에 얽힌 비밀이 밝혀진다. 콜롬버스가 아메리카의 히스파니올라 섬에 도착하고 결국 마을 전체가 파괴되는 가운데 죽은 것을 알려졌던 카오나보 추장의 동생인 마니카텍스는 카오나보와 협력했던 몇몇 인디언 추장들을 찾아가 이 사실을 알리고자 하고 아즈텍의 황제가 있는 테노치티틀란으로 향한다.

 

히스파니올라를 떠난 지 10년 만에 테노치티틀란에 도착하지만 황제인 목테수마는 마니카텍스의 말을 믿지 않는다. 그의 동생인 쿠이틀라우악만이 마니카텍스의 말을 믿었지만 섣불리 행동하다가는 자신도 왕위 계승자였던 관계로 반역죄로 몰릴 수도 있었기에 역시나 또다른 후계자이자 아직 어렸던 쿠아우테모크에게 진실을 전하는 동시에 그를 몰래 잠재워 유명한 주술사 등에 부탁해 아즈텍을 빠져나가게 했던 것이다.

 

그런 그가 터키에 도착한 이후 함께 왔던 다른 사람들이 그에게서 떨어져 정착을 하거나 모래폭풍에 사라져버리는 등의 일을 겪고 홀로 남겨진 이후 한 남자의 조언으로 왕실 근위대로 오게 되고 자신의 위치를 공고히 하기 위해 왕권에 위협할 사람들을 처리하던 술탄을 목숨을 구하게 되면서 그와 역사적인 대면을 하게 된다.

 

그렇게 현재의 술탄이 된 술레이만, 그가 사실은 바로 선대 왕이였던 술탄을 구해주었던 인디언 소년이였던 것이다. 이런 술레이만이 역시나 복수를 위해 여왕의 자리에 오른 록셀라나에게 스페인 카를 황제의 공격에 잠 못이루는 프랑스 왕의 동맹에 대신들과 한 마디 상의없이 동맹을 결정하고 이전과는 다른 모습을 보이는 것에 의아해 진실을 케묻게 되면서 이 모든 사실들이 밝혀지는 것이다. 술레이만은 자신의 아즈텍 왕국을 쳐들어와 그들을 멸망시킨 스페인 왕에 대한 복수를 하고 싶었던 셈이다.

 

아즈텍 왕국과 오스만 제국, 전혀 관련성이 없는 두 나라가 사실은 한 인디언 소년이자 후계자의 탈출, 그리고 새로운 나라를 세워 그 나라의 전성기를 가져왔다는 흥미로운 설정과 그속에서 벌어지는 일들이 이 책에 단숨에 빠져들게 하는 놀랍고도 발칙한 상상력을 선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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