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그림자 같은 목소리
이자벨라 트루머 지음, 이지혜 옮김 / 여운(주) / 2014년 5월
평점 :
저자인 이자벨라 트루머의 경우 이 책을 쓰기 전까지는 추리 소설을 주로 써왔다고 한다. 그런
그녀가 이 책에서는 자신의 아버지를 주인공으로 해서 새로운 이야기를 보여주고 있는데,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지그프리트 그람바흐는 여든 살의
남성으로 현재 알츠하이머성 치매에 걸려서 실어증과 공황 장애를 겪고 있는 내용이 그려진다.
요즘은 젊은 층에서도 알츠하이머가 많이 발생한다는 이야기를 들어 본적이 있고, 우리에게는 흔히
치매라고 알려진 이 병의 경우 점점 더 기억을 잃어가는 당사자가 가장 힘들겠지만 주변 사람들도 그에 못지 않게 힘들 것이란 생각이 든다.
지그프리트에게 치매 초기 증상이 나타난 것은 2006년 봄부터이고, 이후 공황 장애와 실어증이
점점 더 심해져 갔고, 결국에는 의사소통이 완전히 불가능해지면서 가족들마저 알아보지 못하게 되는데(2014년 봄) 이 책은 그 과정이 고스란히
담겨져 있다고 봐도 좋을 것이다.
2006년 봄에 지그프리트 그림바흐는 비교적 평범하면서도 성공한 삶을 살아 온 팔순을 맞이 한
인물이다. 비록 부부 사이는 잦은 다툼을 했고 딸은 이로 인해 독신을 주장했지만 아들은 결혼해서 손주까지 본 상태이다. 그런 그의 팔순 생일을
위해서 가족들은 성대한 생일 잔치를 준비해준다. 하지만 지그프리트 근래 들어 자꾸만 심해지는 건망증으로 인해서 이런 자리가 오히려 부담스럽다.
다른 사람들을 자신은 알아 보지 못하는 상황이 생기기 때문이다.
2006년 가을에는 물건을 다른 곳에 두고 찾지 못하거나 집에 찾아 온 손님들이 하는 이야기가
자신은 생각나지 않는 수준에 이른다. 그때까지도 지그프리트는 자신에게 어떤 일이 일어나는지 정확한 판단을 하지 못하는 것처럼 보인다.
2007년 봄에는 무언가를 정리하는게 힘들어지고, 납부금 같은 것들이 밀리고 길을 잃는
상황까지 발생한다. 점차 잊어버리게 되자 결국 병원에 가게 되고 의사는 기억력 향상을 위한 약을 처방해준다. 2009년이 겨울 즈음에 이르러서는
발음까지도 부정확해지고, 그 이후로는 침대에 오줌을 싸거나 지금이 현실인지 과거인지조차 헷갈리기 시작하는 것이다.
이후 점점 상황은 심각해지고, 책은 그런 상황(병의 진행과정)을 마치 병을 관찰하듯
써내려간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보이는 당사자가 겪는 고통과 그 주변인들이 겪는 고통들이 고스란히 나오는 것이다. 참 힘든 일일 것이다.
모두에게.
표지 속 그림자의 모습에서도 알 수 있듯이 결코 밝을 수 없는 이야기임에 틀림없다. 그렇지만
이것은 지금 전세계 어느 나라에서나 일어나는 현실 속 이야기이기에 읽어 볼 가치가 느꼈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