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중근, 아베를 쏘다
김정현 지음 / 열림원 / 2014년 8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안중근이 아베를 쏘다니 실로 파격적인 제목이 아닐 수 없다. 만약 일본에 있는 혐한 세력들이 이 책의 제목을 본다면 어떨까 싶기도 하고, 저자는 어째서 이토록 파격적이고도 문제가 될 수 있는 문장을 제목으로 정했을지, 이 책의 내용이 더욱 궁금해지는 대목이 아닐 수 없다.

 

일단 안중근이 누구냐, 우리에겐 대한독립을 위해 자신의 목숨까지 받친 독립운동가이다. 그리고 아베라고 하면 아베 신조 일본 총리이다. 그리고 최근 우리나라와의 관계에 있어서도 그다지 완만하다고 할 수 없는 존재이기도 하다. 저마다 자기 나라의 국익을 생각해야 겠지만 역사를 제대로 보지 못하는 것은 전혀 다른 차원의 문제이기 때문이다.

 

여전히 일본은 전범들의 제사를 지내는 신사인 야스쿠니 신사의 참배를 강행함으로써 전세계 전쟁 피해자들의 분노를 사고 있다. 그리고 김정현 작가는 그런 일본에게 반성의 기회가 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이 책을 썼다고 하는데 역사적 사실에 기초한 수 년간의 노력 끝에 만들어진 책이기도 하다.

 

그래서인지 작가는 안중근 의사가 쓴 『안중근 자서전(원제: 안응칠 역사)』과 함께 재판 당시의 기록들을 참고했다고 한다. 김정현 작가는 1996년 『아버지』라는 작품으로 대한민국에 '아버지 신드롬'을 불러일으킨 장본인이기도 한데, 최근 작품인『황금보검』에서 보여주었던 노력을 다시 한번 『안중근, 아베를 쏘다』에 쏟아 부은것 같다.

 

안중근 의사의 행동이 의거로 인정받은 시대에 아베는 '살인죄'라는 표현을 썼다. 참으로 통탄할 일이 아닐 수 없는데, 이 책은 안중근 의사가 1909년 하얼빈역에서 이토 히로부미를 사살했던 10월 26일에 역시나 하얼빈으로 향하는 초고속 특별열차에 탑승한 일본의 내각 수상인 안배(安培: 아베) 안중근 의사가 나타나는 것으로 이야기는 시작된다.

 

아베 앞에 나타난 안중근은 아베에게 일본이 과거에 저지른 만행을 반성하라고 말하지만 아베는  자신이 환영을 본 것으로 생각하며 회피해 버린다. 하지만 1909년 10월 26일과 마찬가지로 아베가 하얼빈 역에 도착한 그때 과거와 같이 세 발의 총성이 들리면서 아베는 쓰러지고 안중근은 '대한민국, 동양 평화, 세계 평화 만세'를 외치게 되는데...

 

결국 안중근은 아베의 살인미수죄로 체포되어 수감되고 재판을 받게 된다. 그리고 안중근은 자신이 왜 아베를 쏠 수 밖에 없었는지에 대해서 말하고자 아베가 저지른 열다섯 가지 죄목을 재판장에서 고하게 된다. 1909년 안중근 의사가 말했던 자신이 이토를 죽인 이유처럼 말이다. 한 가지 다른 점이 있다면 지금은 바로 현재라는 사실이다. 일본이 우위에 있었던 1909년이 아니라 자유민주적인 재판, 정식 재판이 가능한 때이기에 안중근은 과거와는 다른 재판을 받을 수 있었던 것이다.

 

그리고 재판장에는 쑨원(孫文), 검찰관 장제스(蔣介石), 판사 루쉰(魯迅), 캉유웨이(康有爲), 변호인에는 저우언라이(周恩來)가 선인되는 것처럼 역사적 인물들이 재판장에 모두 있다는 점도 눈길을 끈다. 과연 100년이 훨씬 지난 지금 열리는 재판에서 안중근은 똑같다고 할만한 일로 재판을 받게 되었는데 그 결과는 어떤 것이 나올지 기대되지 않을 수 없다.

 

게다가 재판과정에서 보여주는 안중근 의사의 논리적인 모습이 지금 이 시대를 살아가는 한국인들을 통쾌하게 만든다. 그렇기에 작가가 일본에게 반성할 기회를 주겠다는 말이 무엇인지를 이 책을 읽는다면 알게 되리라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3)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