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
조지 그로스미스 지음, 위돈 그로스미스 그림, 이창호 옮김 / B612 / 2016년 7월
평점 :
장바구니담기


『어느 평범한 사람의 일기』는 희극 피아노 소극 연예인으로 입지를 굳힌 형 조지 그로스미스와 화가인 위돈 그로스미스가 펴낸 일기 형식의 소설로 런던 중심가로 출근해 서기로 일하는 푸터라는 인물이 런던 북부 교외에 위치한 홀로웨이 브릭필드 테라스의 새 집인 로럴 저택으로 이사를 하고 난 뒤 일기를 쓰기로 마음 먹고 난 다음 시작되는 일상의 일들을 담아내고 있다.

 

19세기의 영국을 배경으로 중하위 계층에 속하는 푸터는 어디로보나 소시민의 대표적인 모습을 선보이지만 그에 반해 신분 상승에 대한 욕구는 강한 인물로 그려지는데 이러한 부분은 푸터 씨의 서문 중에서도 보여준다.

 

‘왜 내 일기를 출간하지 않는 거지?

이름조차 들어보지 못한 사람들의 회고록은

눈에 잘도 띄는데,

그리고 내 일기가 재미없을 이유도 없잖아.(p.11)’

 

냉정히 말하면 누가 자신의 일기를 궁금해 할 것이라고, 무슨 근거로 이렇게 자신만만인지 알 수 없다. 바로 이점에서부터 그가 앞으로 보여 줄 모습들에서 그가 오히려 망신을 당할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해볼 수 있다.

 

어떻게 보면 성실함의 대명사이지만 어쩌면 고지식하고 고리타분해 보이는데 그의 이러한 모습은 아들인 루핀과 극명한 대조를 이룬다. 직장-집-직장을 오가는 생활이 전부이고 대체적으로 집에 있기를 좋아하는데 그렇지 않으면 왜 집이 필요한가라고 반문하는 모습만 봐도 알 수 있다.

 

신분 상승 욕구 만큼이나 주변으로부터 무시를 당하기도 하고 망신을 당하기도 하는데 이에 대해서 대놓고 자신의 입장을 옹호하거나 화를 내지 못한다. 함께 산책한 친구들이 재치있는 답변으로 술집에 들어가는 반면 그는 밖에서 그들이 나올 때까지 기다리고 혼자 집으로 와서는 오히려 그들에게 화를 내기는 커녕 미안함의 편지를 쓰는 인물이다.

 

사람이 말을 하지 않는데 어떻게 주변에서 자신이 무슨 생각을 하는지 알까? 푸터 역시도 그렇다. 자신의 주변에서 일어나는 일들과 사람들과의 관계에서도 속 시원하게 말하기 보다는 혼자 가슴 속에 묵히는 스타일이며 또 혼자 전전긍긍 하거나 상상의 나래를 펼쳐 자기식대로 해석하기에 이른다.

 

지금으로 봐도 참 답답한 사람이다. 이런 그의 생각과 실제 현실에서 일어나는 일들이 묘한 괴리감을 선사함으로써 어딘가 모르게 블랙 유머를 자아내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출간 당시부터 이후로까지 이 책에 대한 여러 대단한 인물들의 평가가 상당히 놀라운데 아마도 이런 부분이 큰 이유가 아닐까 싶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0)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