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국은 어쩌면 가까이 - 슬픈 날에도 기쁜 날에도, 제주
허지숙 & 허지영 글.사진 / 허밍버드 / 2014년 9월
평점 :
절판


 

제주에서의 삶이 어느 때보다 관심을 받고 있는 요즘, 그곳에서 태어나 자라고 6년이라는 시간을 제외하고 다시 제주로 돌아와 살고 있는 허자매의 이야기는 기대감을 갖게 할 것이다. 표지만 봐도 마치 외국같은 느낌이 들면서 평화로워 보인다.

 

현재 제주에서 언니는 미술 심리치료사로, 동생은 아동 미술 교사로 활동하고 있고, 이 책은 지난 2년간 제주에서 살면서 자매가 제주 곳곳을 다니면서 카메라로 찍은 제주의 봄·여름·가을·겨울의 풍광을 담고 있다.

 

제주의 일상이지만 많은 사람들이 찾는 관광 명소보다는 잘 알려지지 않은 자매들만의 스토리를 만들어가는 장소들을 위주로 담고 있고, 제주의 아름다운 계절감을 맛볼 수 있는 아름다운 사진들을 많이 담고 있다는 점에서 아마도 자매들이 SNS에 올린 이런 일상과 사진들은 화제가 되었을 것이다.

 

 
 

 

만물이 소생하는 봄은 제주도 참 아름답다. 제주의 봄은 바다에서 시작된다고 하는데, '바람 소리가 귓가에 머물고, 짭조름한  향기가 코끝을 간질이면 봄이 오고 있다는 신호'(P.13)라고 한다. 제주에서 살면서 자연스레 몸이 기억하는 신호가 아닌가 싶다.

 

제주의 봄바다, 벚꽃놀이, 벚꽃 라이딩, 유채꽃과 벚꽃이 조화를 이루는 가시리라는 동네, 폐교된 성산수고, 이중섭 거리, 마늘밭, 천연기념물 수월봉 화산쇄설층, 파리 여행을 마치고 돌아오던 비행기에서 옆자리에 앉았던 벨기에 소년 플로리안의 제주 방문, 10년도 더 전에 가본 제주 여행에서 들렀던 여미지 식물원, 일년 내내 초록을 만날 수 있는 녹차밭도 참 볼만한 곳인것 같다.

 

4월과 5월 사이 가파도에 가면 볼 수 있다는 청보리밭, 우도도 자매는 소개한다. 많이 보고, 많이 움직이는 것이 여행의 목적일 수도 있지만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을 권하는 여행법도 충분히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자매는 제주 들판에 놓여있는 건초더미를 자신들만의 이름으로 마시멜로라 부르기도 하고, 번화한 거리가 아닌 지나가다 어느에서도 만날 수 있을것 같은 작은 동네를 가기도 한다. 제주의 맛에 대해서도 담고 있는데, 서귀포 일호 광장에서 걸매 공원으로 가는 길목에 있다는 '베지그랑' 식당을 소개하는데, 제주도 방언으로 '아주 만족스럽다', '짝짝 달라 붙게 맛깔스럽다'라는 표현이라고 한다.

 

점점 더 나이를 들어가고, 젊은 사람은 하지 않는 추세인 제주 해녀에 대한 안타까움을 담기도 하고, 꽃양귀비, 여름바다, 흐드러지게 핀 수국 사진이 아름답게 느껴진다. 이외에도 제주의 메밀꽃 핀 풍경과 해를 닮아가는 해바라기의 풍경, 산딸기 한가득이 제주의 여름을 대표한다.

 

 

제주의 가을은 장마도 자매는 아름답게 표현하고, 제주 서쪽 경마장 부근에 있다는 특이하게 생긴 탑들, 드라마 <태양을 삼켜라>의 세트장이기도 했다는 위미리에 궁전은 현재 출입금지임에도 그 모습이 많은 사람들이 찾는다고 한다. 그런데 출입금지라는 곳을 이렇게 들어가도 되는건지 솔직히 모르겠다.

 

 

눈 많이 오기로 유명한 제주의 모습을 제대로 담아낸 겨울의 풍경은 당장에라도 떠나고 싶게 한다. 초록, 노란 진홍색의 극명한 대비를 이루는 동백꽃의 아름다움, 11월 말부터 1월까지인 귤 따기는 제주 여성들의 몫으로 그 과정에서 이웃끼리 이야기를 주고 받는다.

 

동생의 작업실을 담기도 하고, 시간이 느리게 간다는 제주에서 그 시간을 채우기 위해 배우기 시작했다는 능숙하지는 않은 취미 이야기, 이것저것 구경하는 재미를 느낄 수 있는 제주 오일장(4와 9일이 들어가는 날), 본태박물관 관람, 맛있는 피자와 케이크가 있다는 태평리의 '거닐다', 제주 속 바그다드를 만날 수 있는 기묘한 집들이 만들어져 있는 테쉬폰, 숲속 산책까지 추운 겨울 제주에도 충분히 볼거리가 있고, 추억을 만들 수 있다.

 

누군가는 이사를 가기를 원하는 곳일지도 모르는 제주의 사계절 모습을 볼 수 있었고, 널리 알려진 곳은 물론 마치 두 자매의 보물같은 장소들을 만날 수 있어서 좋았던 책이다. 풍경 사진은 두말할 필요가 없을 정도로 아름답다. 자매들의 모습이나 그들의 친구 모습을 담은 사진은 다소 설정의 느낌이 들기도 하지만 그속에서 자매들만의 이야기가 있으니 풍광을 해치지는 않는 책이라고 생각한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