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하는 인간』은 정신과의사 문요한이 스스로에게 안식년을 부여하고 가족들과 함께 떠난 세계
여행에서 깨달은 여행의 심리학을 담고 있는 책이다. 여행은 그 이름만으로도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특히 해외여행의 경우에는 누구나
버킷리스트에 올려 언젠가 떠나겠다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그러나 이를 실행에 옮기는 사람들은 많지 않다.
시간이 없든, 경제적 여유가 없든, 아니면 낯선 곳으로의 여행에 대한 두려움 때문일지도
모른다. 어쩌면 일상에 치여 여행을 떠올리는 것조차 힘든게 가장 큰 이유일수도 있다. 저자 역시도 그러했다. 졸업 후 사회생활을 하면서는 시간에
쫓겨 살았고 결혼 이후 아이들이 태어나고서는 아이들에 맞춘 여행이 대부분 이였다고 한다.
여행을 떠나고 해야 할 일 때문에 마음 편히 즐기지 못했고 일의 연장선상이였던것 같다. 그러다
2013년 마흔여성의 중년에 이르러 스스로도 심각한 매너리즘에 빠져있다고 느낀 저자는 안식년을 갖기고 결정하고 1년 여의 준비 기간을 거쳐
2014년 8월부터 안식년을 갖게 된다.
옛날의 인류에겐 삶 자체가 여행이였기에 우리에게 있어서 여행은 본능이라는 말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느껴지는데 저자는 이 책을 통해서 ‘여행하는 인간(Homo Viator)’이라는 특성을 십분 발휘하고 있다.

가족과 함께 더난 알프스를 비롯해 홀로 떠난 안나푸르나, 또 남태평양의 이스터 섬, 파타고니아
고원에 이르기까지 여행하는 인간으로서 길 위에서 만나고 보고 느끼고 경험한 이야기들과 함께 인문학적인 성찰을 담아내고 있기에 이 책은 두 요소가
적절히 결합된 인문서적이 된 것이다.
돌아올 것을 굳이 힘들게 고생하면서 떠나냐고 반문하는 사람들도 있겠지만 설령 출발점으로 그대로
돌아온다고 해도 여행을 떠나 그 자리로 돌아온 나는 결코 떠나기 전과 같은 사람일 수는 없다. 저자의 말처럼 여행 자체를 기준으로 삼지 않고
여행 이후의 일상이 어떠한지가 더 큰 기준이 되어야 한다는 말에 중점을 둬야 할 것이다.
누군가는 여행지에서 삶의 전환점을 맞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그러나 살면서 어느 순간 그 어느
때보다 간절히 여행을 갈망하는 순간이 있을텐데 이때야말로 휴식이 아니라 삶의 전환을 필요로하는 신호일지도 모른다.
온갖 이유들에도 불구하고, 그럼에도 우리에게 여행이 필요한 이유를 오르한 파묵이『내 이름의
빨강』을 통해 이야기 한 문장에 빗댄 저자의 말로 마무리하고자 한다.
“좋은 여행은 아름다운 경치를 보여주는 데에 그치지 않는다. 우리의 마음속 풍경을
바꿔놓는 것은 물론 때로는 새로운 삶으로 우리를 초대한다.(p.33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