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혹 서로 상극이라 불러도 될만한 동물들이 전혀 어울리지 않게 서로를 보호하거나 어느 한
동물이 다른 동물을 좋아하기도 하는 모습을 보게 되는데, 이 책에 등장하는 북극곰과 허스키의 이야기 또한 '세상에 이런 일'에나 나옴직한 일이
틀림없다.
이 책의 사진 작가인 단바 아키야는 초등학교 3학년 때 처음으로 북극곰을 본 이후 운명처럼
야생 북극곰을 만나러 캐나다 허드슨 만 남서쪽 처칠로 15년 째 떠나고 있다. 지구온난화로 30년 이내에 북극곰이 멸종될 것이라고 한다. 제 때
얼어야 하는 허드슨 만이 점점 더 늦게 얼게 되면서 북극곰이 사냥할 수 있는 기간 역시 점점 더 줄여들고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떠났던 어느 해, 단바는 허드슨 만 처칠에서 기적을 경험하게 된다. 매년 10월
하순즘이면 북극해로 이어지는 허드슨 만에서 가장 빨리 얼기 시작하는 처칠에 수백 마리의 북극곰이 모여 들기 때문이다. 바다표범 사냥을 위해
북극까지 가기 위한 여정이 처칠에서 시작되기 때문이다.
바다표범 사냥을 떠나기 직전의 북극곰(반년 동안 아무것도 먹지 못하고 굶주린 상태의)들이
허스키를 기를는 농장에 나타났고, 허스키들은 당연히 패닉에 바져 우왕좌왕 하게 된다.
2미터의 키에 800kg의 북극곰이 당연히 먹어치우리라 생각했던 허스키들과 믿을 수 없게도
함께 놀기 시작했던 것이다. 잔뜩 얼어있는 듯한 허스키와는 달리 친밀한 스킨쉽도 마다하지 않는 북극곰의 모습은 묘한 분위기임에도 불구하고 따뜻한
웃음을 자아낸다.
단식기의 곰이 개들과 눈밭을 뛰어노는 모습은 전문가들 조차 상상할 수 없었던 일이였던 것이다.
허스키에게 애교를 부리는 북극곰, 그런 북극곰과 장난을 치는 허스키들. 다른 북극곰까지 합세해서 함께 어울리는 모습은 말 그대로 기적같다.
사진 작가는 그 모습을 놓치지 않고 자신의 카메라에 담아낸다. 전혀 어울리지 않는 두 동물이
만들어내는 환상의 앙상블을.
그리고 사진 속에 그 순간의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다. 따듯하고, 유쾌한 사진과 메시지는 보는
내내 행복한 미소를 짓게 만든다. 그 커다란 덩치의 북극곰이 사랑스럽게 보일 정도니 말이다. 그 이후로 둘이 또 그런 만남을 가졌는지는 알 수
없다.
하지만 그 기적같은 풍경은 직접 보지 못한 나 역시도 결코 잊을 수 없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