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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름, 어디선가 시체가
박연선 지음 / 놀 / 2016년 7월
평점 :
『여름, 어디선가 시체가』는 영화 「동갑내기 과외하기」로 데뷔 뒤 드라마「연애시대」,「얼렁뚱땅
흥신소」등으로 시청자들의 사랑을 맏은 현재는 「청춘시대」로 드라마에 복귀한 박연선 작가의 첫 장편소설이다. 제목도 그렇지만 표지 속 두 여성의
모습이 상당히 흥미로운데 제목이 적혀 있는 노란색 띄지를 벗겨내면 반전의 모습이 그려져 있어서 마치 겉으로는 조용하고 평화롭다 못해 시간마저
느리게 흘러가지만 그속에는 세상을 놀라게 했고 앞으로 또 놀라게 할 이중적인 두왕리의 모습을 연상케 한다.
이야기는 충청남도 운산군 산내면 두왕리에 사시는 할아버지 강두용 옹께서 소위 막장 드라마를
보시던 중 돌연사 하시면서 시작된다. 그 흔한 인터넷도 휴대전화도 제대로 터지지 않는 산골 오지 마을에 아들, 딸, 며느리, 손주들까지 장례식을
위해 모이게 되고 이중에는 올해로 삼수생인 강무순도 있었다.
장례식이 끝이나고 60년이 넘도록 배우자와 함께 살던 홍간난 여사가 홀로 지낼 것을 걱정한
가족들이 장례식의 마지막날 야반도주를 하듯 잠에 빠진 무순을 두고 몰래 사라져버리고 결국 반백수인 무순은 50만원이라는 돈과 함께 할머니의 곁을
지키게 된다.
첫날은 아침잠이 많은 그녀를 걱정하며 눈도 못 뜨는 무순에게 숟가락을 쥐어주던 할머니는
온데간데 없이 사라지고 온갖 구수한 욕들이 날아오는 동시에 매운 등짝 세례도 더해진다. 결국 초저녁에 잠드는 할머니와 달리 아무것도 할 것이
없는 첩첩산중에서 홍간난 여사와 티격태격하며 하루하루를 보내던 무순은 어릴 적 자신이 할머니 집에 두고간 책에서 왠 보물지도 같은 그림 하나를
발견한다.
그림 속 장소를 보고 할머니는 대번에 유씨 종가댁임을 알게 되고 표시된 곳을 파낸 무순은 결코
보물이라고 할 수 없는 조그만 철제상자를 하나 찾게 되고 그 안에 담긴 누가 봐도 정성이 가득 담긴 목각인형을 발견하면서 고요하던 마을에 일대
파란을 불러오게 되는데....
15년 전, 그 당시 마을의 최장수 노인이였던 갑진이 할머니 백수 잔치로 온 마을 어른들이
해수온천욕을 하러 떠나고 이때 해수욕장이라고 잘못 알아들은 무순이 갑자기 우겨서 함께 떠났는데 그렇게 즐겁게 놀다 돌아와보니 동네의 여자 아이
넷이 사라지는 충격적이 일이 발생하게 된다.
종가집의 무남독녀로 온 마을 사람들이 그 행실이 바르다며 입에 침이 마르게 칭찬했던 애기씨
유선희, 유씨 종가와 연결되어 있으면서 동네에서는 발랑까진 여고생이라 생각했던 유미숙, 바보 동생과 폭력적이면서도 무능한 아버지, 미숙만큼
사고를 치고 다녔던 언니와는 달리 엄마를 지극히 생각하며 도왔던 황부영, 어렸을 때 무순이 시골에 한동안 와 있을 때 함께 어울렸던 목사님 댁
딸인 예은이까지.
한 두명도 아니고 한 날에 네 명의 여자아이가 사라지면서 처음 대수롭지 않게 생각했던 마을
사람들과 경찰도 사태의 심각성을 알게 되고 온 마을과 산을 뒤지지만 아이들의 신발 짝 하나 찾지 못한다. 무당에 방송국까지 와서 동네를 들쑤셔
놓았지만 그렇게 아이들은 흔적도 없이 사라지고 이 사건은 사람들 사이에서는 절대 입에 올려서는 안되는 일처럼 금기시 된다.
그런 일을 무순이 보물지도 하나로 판도라의 상자를 열어버리고 여기에 선희 대신 양자로 들어 온
창희라는 학생까지 합세해 두 사람은 이 사건의 진실을 파헤치는 동시에 선희가 타임캡술(무순이 찾은 보물상자)에 넣은 목각인형은 과연 그녀가 누굴
주려고 한 것인지를 수소문하게 되는데...
조용하기 그지없는 마을에 이토록 놀라운 사건이 숨겨져 있다는 사실에 무순은 진실을 밝혀내려하고
하나 둘 사라진 아이들의 정체가 밝혀지면서 이야기는 의외의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실 이 부분은 처음 전개되던 분위기와는 전혀 딴판으로 흘러서
처음의 긴장감이나 기대감이 다소 엹어지는 면이 없지 않은데 그래서인지 모든 사건의 실마리가 풀리는 즈음에서는 과거는 그냥 묻어둔 채 살았으면
어땠을까하는 생각이 들었다.
납치나 살인사건이라고 생각했던 일들이 의외로 네 실종자들과 연관된 주변인물들간의 개인적인
일에서 비롯된 것임을 알게 되는 순간에는 다소 허탈감이 느껴져 아쉬웠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