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드독의 제주일기
정우열 지음 / 예담 / 2014년 12월
평점 :
품절


 

요즘 제주도가 인기인가 보다. 관광지로서의 매력을 넘어서 주거지로도 많이 인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 수 있는 것은 근래 들어 제주도에서 산다는 것에 대해서, 살고 있는 것에 대해서 이야기하고 있는 책을 많이 볼 수 있고,  몇몇 연예인들의 경우에도 제주도에서 산다는 이야기를 들을 수 있기 때문이다.

 

그리고 이 책 역시도 그런 일환의 하나일수도 있다. 올도독이라는 필명으로 제주도에 정착해서 살면서 겪은 일들을 담고 있는 이 책은 특이하게도 제주도를 담아내는 사진이 거의 없다. 오롯이 저자의 일러스트로 제주도를 만날 수 있는 책인 셈이다.

 

책 표지에 작게 적혀 있는 "잘 지내나요, 나는 잘 지냅니다."라는 글귀를 보면 마치 영화 <러브레터>의 마지막 장면을 떠올리게도 해서 묘한 기대감을 불러일으키는데, 내용을 읽어보면 초짜 제주도민의 삶을 엿볼 수가 있어서 웃음짓게 되기도 한다.

 

 

지금 살고 있는 집을 선택하게 된 이유가 마당 가장자리에는 귤나무(라고 생각한)가 열매가 잔뜩 열려있는걸 보고 이 집에서 시작해봐도 좋겠다는 생각을 했다고 하는데, 사실 그 나무는 '나스미깡'이라 불리는 하귤이였다고 한다. 중개인도 살 사람도 제주도 초보니 일어난 해프닝인 셈이다.

 

 

여전히 대다수의 사람들에게 제주도는 관광지이자 휴양지로 여겨지기에 제두일기라고 하면 왠지 모르게 '제주도의 아름다운 풍경을 담은 사진을 많이 볼 수 있겠지'하고  생각할지도 모른다. 하지만 이 책이 '일기'라는 사실을 유념해야 할 것이다.

 

일러스트 '좀' 그리는 제주 정착민이 생생히 경험한 제주도에서의 삶을 기록하고 있는 책이기에 제주도를 여행자의 입장이 아닌 주거민의 입장에서 만나보고 싶은 사람들에겐 더욱 유익할 것이고 흥미로울 것이다.

 

한적할지도 모를것 같다는 느낌이 드는 제주도의 삶이 의외로 버라이어티할 수도 있구나 싶은 생각이 들어서 제주도로의 이주를 꿈꾸는 사람에겐 현실이 가미된 로망을 선사할 것 같다.

 

 

흥미롭게도 책에 수록된 몇 안되는 사진의 주인공은 제주도가 아니라 그가 함께 살았던 두 마리의 강아지이다. 그리고 이 둘은 사진이 책의 마지막을 장식하고 있다. 제주도에 살면서 저자는 둘에게 많은 의지를 했던게 아닐까 싶기도 하다. 단순히 애완견의 수준이 아닌 느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처음 제주도에서 시작할 수 있겠다는 마음을 갖게 했던 마당의 봄의 풍경이 시간이 지나 낙엽으로 모두 떨어져 앙상한 가지만 남아 있는 풍경을 담아냄으로써 똑같은 장소와 위치에서 같은 곳을 다른 풍경으로 담아내고 있는 점이 제주도에서의 시간이 흘렀음을 느끼게 해줌으로써 올드독의 제주 일기는 끝이 난다.

 

제주도에서의 삶이 궁금한 사람들이라면 예쁜 일러스트와 함께 제주도에 대한 많은 것을 보고 읽을 수 있는 책이라는 생각을 해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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