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녀 간의 이야기를 다룬 책을 보면 사랑에 대한 이야기가 많을 것이다. 그런데 이 책은
흥미롭게도 사랑과 다툼에 대한 이야기를 하고 있다. 먼 여행지에 떠올린 '다툼과 이별'의 기록이기도 한데, 남녀 사이 존재하는 벽(壁)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다.
his와 her의 이야기가 교차하면서 등장하는 이야기에는 세계 각지(한국을 비롯해
체코·터키·크로아티아·아르헨티나·페루·볼리비아·칠레·일본·중국·말레이시아·싱가포르·베트남·인도네시아·필리핀·캄보디아·태국 등)의 사진이 수록되어
있는데, 흥미로운 점은 그 나라의 유명한 풍경을 담아내고 있는 것이 아니라 벽(壁)을 담고 있다는 점이다.
아무래도 이 책의 제목이나 이 책이 담아내고자 하는 것이 벽(壁)이기에 이러한 벽(壁)을
모티브로 한 사진이 담겨져 있는 것이다.
여러나라의 출입문을 찍은 사진을 표지에 실고 있는 책을 본적은 있어서도 이 책처럼 벽(壁)만
담고 있는 책은 처음인것 같다. 벽(壁)이라고 하면 바깥으로부터 나를 지켜주는 단단함이 떠오르는 동시에 바로 그 단단함이 때로는 상대와 나를
가로막는 이어지지 못하는 단절로 느껴지기도 하는데, 이 책은 남녀 사이에 존재하는 이별을 세계 각국의 벽(壁)을 통해서 실감하고 있는
것이다.
여러나라를 여행할 때 사람들은 자신의 관점에서 똑같은 풍경도 다르게 느껴질텐데, 이 책은 바로
낯선 땅의 낯선 벽에서 경험한 사랑과 그 사랑의 이별, 나와 그녀의 이별이 표현되어 있는 책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사랑에 필연적으로 따라올지도
모를 이별에 대해 새롭게 접근하고 있는것 같다.
사랑이 존재하지 않으면 이별도 존재하지 않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누군가를 사랑하는 일이 결코
쉽지 않은 것처럼 어느 순간 둘 사이에 존재하는 답답한 벽을 마주할 때, 그것에 대해 어떻게 대처해야 하는지는 그 누구도 알지 못한다. 이 책이
그 해답을 들려준다고 할 수 있을지는 모르겠다. 하지만 이별의 순간을 결국 받아들여야 함을, 이별을 인정해야 함은 말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