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피 Soppy - 둘이라서 좋아
필리파 라이스 글.그림, 전행선 옮김 / 레드박스 / 2015년 2월
평점 :
절판


 

이 책은 대체적으로 글자가 많지 않은 책이다. 그렇다고 해서 비룡소에서 출간된 이기훈 작가의 『빅 피쉬』라는 책 정도는 아니다. 적당히, 하지만 결코 길지 않은 멘트가 적혀 있는 정도이다. 여기에 한 가지 더 특이한 점이 있다면 책이 딱 두 가지 색인 빨강 · 검정으로만 칠해져 있다는 것이다.

 

『소피 soppy』의 저자인 필리파 라이스는 프롤로그를 통해서 이 책을 쓴 이유를 밝히고 있고 마지막을 보면 자신을 소개한 글을 담고 있다. 그녀는 만화, 삽화, 애니메이션, 모형제작, 뜨개질 등의 다양한 방법으로 작품 활동을 하는 작가로, 같은 일을 하는 삽화가이자 만화가인 루크 피어슨이라는 남자친구와 함께 살고 있다.

 

두 사람은 영국 버밍엄에서 열렸던 만화 축제에서 처음 만났고, 그로부터 일년 뒤, 함께 살기 시작했는데 각자의 공간에서 각각의 작업을 하면서 지낸다. 그녀는 일과는 별개로 자신의 삶에서 일어난 여러가지 일들을 자신만의 스케치북에 만화로 기록했고, 어느 날 그렇게 그린 자신과 루크의 그림을 빨간색과 검은색으로 색칠하기 시작했던 것이다.

 

 

 

그렇게 해서 탄생한 작품이 바로 이 책인 『소피 soppy』이다. 두 사람이 처음 사귀기 시작해서 함께 소소한 일상을 보냈던 일들을 담았던 만화 일기가 두 가지의 색을 입으니 이렇게 한 권의 책으로 탄생할 수 있었던 것인데, 다른 색도 아닌 단 두 가지의 색로 칠한 점도 흥미롭지만 의외로 색깔 선택을 잘 한 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만약 아무 색도 칠하지 않았거나 그때 그때 모습의 색을 고스란히 칠했다면 이 책은 그다지 임팩트를 느낄 수 없었던 책이였을텐데 오롯이 검정과 빨강으로, 게다가 적절하게 쓰여진 색의 구분은 평범한 듯 하면서도 같은 일을 하는 두 사람의 모습을 잘 묘사하고 있는것 같아 신의 한 수 였다는 생각마저 든다.

 

위와 같이 책은 순식간에 읽을 수 있다. 글이 많지 않으니 말이다. 하지만 적혀진 글보다도 오히려 글이 적혀 있지 않는 그림만 그려진 페이지를 볼 때가 더 읽을거리를 제공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다. 그 그림에 담겨진 저자가 말하고자 하는 의미는 읽는 이마다 다를 수 있기 때문이다.

 

 

이렇듯 『소피 soppy』는 평범한듯 소소하면서도 편안하게 자신의 영역과 일을 존중하면서도 함께 있는 순간에는 또 서로에게 집중하는 모습을 만날 수 있었던 책이다. 그리고 책의 마지막에는 작가의 직업적 특성을 살려서 자신의 그림으로 엽서를 만들어 두기도 했고, 사랑하는(소중한) 사람들 사이에서 재미있게 사용할 수 있는 쿠폰도 담겨져 있기 때문에 잘 활용하면 될 것 같다.

 


댓글(0) 먼댓글(0) 좋아요(1)
좋아요
북마크하기찜하기 thankstoThanksTo