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선남자』의 저자인 전경일 작가를 보면 하나의 작품을 쓰는데 있어서도 상당히 많은 자료를
오랫동안 연구해서 썼다는 것을 알 수 있는데 이 책 역시도 무려 7년이라는 긴 시간동안 구상과 기획을 거쳐서 집필된 작품으로 역사적 고증을 통해
역사적 배경을 1607 ~1610년의 동아시아와 네덜란드로 하고 있다. 네덜란드는 조선시대에서는 '양귀(洋鬼)'의 땅으로 불렸다고 한다.
이 책에서 등장하는 장소는 조선, 유구, 중국 복건성, 인도네시아 자바, 네덜란드 남부와 북부
지방의 경계인 젤란트주(州) 블리싱겐, 미델부르흐, 안트베르펜 등이며 '양귀(洋鬼)'의 땅에 도착한 한 조선인 남자는 과연 어떤 이유에서
이역만리나 떨어진 이곳으로 오게 되었는지 알게 하는 책이다.
더욱이 흥미로운 점은 이 소설의 매개체가 된 것은 화가 루벤스의 그림인 <조선
남자>혹은 <한복 입은 남자(Man in Korean Costume)>이였다고 한다. 인터넷에 존재하는 이 그림을 보고 있으면
조선시대의 무관 차림을 한 한 남자가 소매 안에 손을 넣고 항구의 배를 등지고 있다고 하는데 과연 이 사람은 누구인가 하는 근본적인 물음을 갖게
하는 그림이다. 전문가들은 이 남자에 대해서 의견이 분분하다. 조선인 노예로 보는 경우가 있다고.
책은 임진왜란을 통해서 조선의 국토가 황폐해진 시기에 조선의 정치인들은 여전히 앞으로의 대책에
대해서는 어떤 구비도 하지 못하고 있는데 조선의 무관으로서 나라는 물론 가족마저도 지키지 못했던 조선남자는 임진왜란에서 왜 보여주었던 화력에
관심을 갖게 되고 왜와 같이 우리도 준비를 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결국 조선남자는 그 근본을 찾아 양귀의 땅으로 가게 되는데 한양에서 출발해 부산포와 유구국의
나하항을 거쳐 중국의 복건항과 인도네시아를 거쳐서 아프리카를 돌아 네덜란드에 가게 된 것이다.
조선남자는 네덜란드에서 다나라는 여인을 만나게 되고, 그 당시에 존재했던 신구 종교세력의
갈등을 보게도 된다. 또한 그곳에서 어떤 화가를 만나기에 이른다.(그가 루벤스였던 것이다) 조선남자는 낯선 화가와의 운명적 만남이 탄생시킨 이
그림이 불러올 후대인들의 궁금증을 상상도 못했을 것이다. 무구의 본을 가지고 조선으로 돌아가 나라를 강하게 만들고자 했던 조선남자의 목적은
운명의 여인을 만남으로써 쉽지 않게 되고, 그 당시 네덜란드의 역사적 상황과 맞물려서도 순탄치 않은 여정이 그려진다.
사회를 변화시키기 위해서는 너무나 큰 희생이 필요하다는 것을 다시금 느끼게 하고, 만약 이후의
이야기가 있다면 그의 개인적인 인생이 궁금해진다. 그가 진짜 조선의 천재 과학자로 불렸던 장영실이였을지, 아니면 또다른 존재였을지에 대해 역사적
사실에 가미된 픽션이 이후에는 어떻게 진행될지 궁금하기 때문이다.
지금처럼 해외여행이 편리해지지 않은 시대에 양귀의 땅으로 가기 위한 조선남자의 여정과 낯선
화가를 만나게 되는 이야기, 끝으로 운명적인 사랑에 빠지게 되는 여인과의 관계는 조선남자가 양귀의 땅에 오게 된 목적과 맞물려 더욱 생생한
모습으로 다가왔던 책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