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혼해도 될까요?
노하라 히로코 글.그림, 장은선 옮김 / 자음과모음 / 2015년 4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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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혼해도 될까요?』는 제목에서부터 다소 무겁게 느껴지는 책이다. 그리고 이 책의 내용을 두고 남편과 아내의 입장에서 첨예한 대립이 있을지도 모른다. 결혼 9년차, 본인은 두 아이의 엄마이자 중소기업의 회사원이 남편과 함께 평범하게 살아가는 주부 시호의 이야기는 분명 시호의 입장에 크게 대변되는 이야기이기 때문에 남편의 입장에 많이 피력되지 않는 점은 고려해야 할 것이다.

 

두 아들의 둔 시호는 결혼 이후 양말을 똑바로 벗어서 빨래통에 담아달라고 남편에게 말하지만 남편은 그때 뿐이고 결국은 고쳐지지 않는다. 또한 자신의 바깥에서 일을 하고(물론 시호도 파트타임으로 일한다) 아내는 집에서 있는 사람이니 육아와 가사 모두를 시호에게 맡기고 시호가 앞선 양말과 같은 부탁을 한번에 끝내지 않고 정말 고쳐주었으면 하는 바람에 계속 이야기 하면 결국 물건을 던진다. '집에 있는 네가 그 정도도 못하냐'는 식으로 말하면서 말이다.

 

 

어느 순간부터 시호는 이혼을 생각하게 되고, 그에 따른 준비를 하게 되는데 돈을 모으는 식으로 자립을 꿈꾸는 것이다. 하지만 외부에서 바라보는 남편은 참 사람좋은 인물로 자신 역시도 남들에게 비춰지는 행복한 가정을 포기하기가 쉽지 않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시호가 이런 마음을 갖게 된 것은 첫 아들 케이가 태어났을 때 모유가 나오지 않자 이에 대해 남편이 아내를 배려하기는 커녕 그것도 못하냐는 식으로 이야기하고, 케이를 키울 때 아이가 밤에 울자 애를 달래지도 못한다고 화를 내고 자신은 일하러 가야 된다는 식으로 소리치기도 했던 것이다. 그러면서도 케이를 달래주려고 하지 않는다. 아마도 이런 부분은 시호 뿐만 아니라 많은 아내가 공감했을 이야기일 것이다.

 

남편은 집에서 자신과 이야기 하거나 아이들과 놀기 보다는 밖에서 일했으니 자신은 좀 쉬자며 혼자서 컴퓨터를 하고 있기만 한다. 도대체 이 남자는 왜 가족들과 마주보며 밥을 먹지 않고 그 순간 마저도 컴퓨터를 보는 걸까 싶어진다.

 

남편도 분명 밖에서 일하기가 힘들겠지만 아들 둘을 키우면서 집안 일에 파트 타임 일까지 하면서 자신의 기분이 좋지 않으면 화도 잘내고 듣기 싫은 소리하면 물건을 던지고 부수기까지 하는 모습을 보면서 시호는 점점 더 남편을 포기하게 된다.

 

그러다 남편의 회사가 어려워지고 감원이 될지도 모르자 시댁으로 가서 살자는 일방적인 통보와 다름없는 말을 하게 되고 결국 시호는 폭발해 그동안 남편의 기분 때문에 말하지 못했던 말들을 쏟아내고 이에 남편은 시호의 빰을 때리게 되는데...

 

결국 시호는 그동안 마음으로만 생각했던 이혼과 독립을 실행하려고 하지만 케이가 자신의 얼굴을 그리는 수업시간에 울고 있는 모습을 표현한 것과 부모의 싸움에 불안해 하고 있었고 울면서 모두가 함께 살고 싶다고 말하자 시호의 시도는 일단락 된다.

 

한편, 남편도 시호의 행동에서 자신의 잘못을 시인하고 앞으로 잘 하겠다고 달라지겠다고 약속한다. 그렇게 또다시 시호의 가정은 다른 사람이 보았을 때는 행복한 모습으로 보여지게 된다. 하지만 시호는 사람이 그렇게 쉽게 달라지지 않을 것임을 알고 있기에 어느 날 부터 생긴 '이혼'이라는 것이 결코 쉽게 사라지지 않을 것임을 생각한다.

 

(아무래도 제목이 대놓고 보기엔 어려울 것이라고 생각했을까, 이 책은 속지를 보면 위와 같이 '이혼'이라는 글자를 모두 '행복'으로 바꿔서 쓰고 있다. 한편으로는 이 책에서 느끼는 시호의 마음을 가장 잘 표현하고 있는 부분이 아닌가 싶기도 하다.)

 

책은 제목 만큼이나 너무나 솔직하다. 남편들이 보면 아내의 잘못을 비판할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이 책의 내용을 보고 있으면 아내라면 누구라도 느껴봤을 소외감과 감정적 무시, 결국 아내 역시도 육아는 처음일텐데 아무런 도움을 주지도 않으려는 남편에게서 느끼는 고립감과 외로움을 무시할 수 없을 것이다.

 

그래서인지 시호의 모습이 위태롭게 보이면서 쓸쓸해 보였고, 안타깝게 느껴졌다. 과연 시호가 이후 진짜로 행복하게 살았을지, 결국엔 시도 했을지는 아무도 모른다. 또한 그녀의 선택에 대한 옳고 그름은 오직 그녀만이 할 수 있는 일일 것이다.

 

그렇기에 이 책은 너무나 날카롭게 솔직하게 현실을 담아내고 있어서 부부가 함께 읽고 진정한 대화를 해야 하지 않을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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