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예전에 TV에서 필리핀의 공동묘지에서 사는 사람들의 이야기를 담은 방송 프로그램을 본 적이
있다. 놀라웠던게 사실이다. 왜 저 사람들(결코 적은 수의 사람이 아니였다.)은 다른 곳도 아닌 공동묘지에 모여서 마치 보통 사람들이 마을을
이루고 사는 것처럼 사는 걸까 싶은 생각을 했었고, 묘비와 영묘 사이에서 살아가는 모습이 너무나 특이했던 기억이 난다. 그렇기 때문에 맨 처음
이 책의 제목을 들었을 때 가장 먼저 필리핀 공동묘지에서 산다던 사람들이 떠올랐던것 같다.
『공동묘지에 사는 남자』라는 제목에서부터 이야기에 대한 기대감을 갖게 했던게 사실인데 이 책의
작가인 피터 S. 비글의 경우 모던 판타지의 고전으로 불리는 『라스트 유니콘』의 저자로 무려 열아홉 살의 나이에 이 책을 썼다는 것이다.
십대라고 해서 삶과 죽음, 사랑에 대해서 깊이 있는 생각을 하지 못한다고는 여기지 않는다. 그러나 이 책이 지니는 재미 이상의 것을 생각하면
창작 당시의 나이가 놀랍게 느껴지는 것이 사실이다.
제목 그대로 이야기의 배경은 공동묘지이다. 그리고 소설의 주인공인 조너선 리벡은 바로 그
공동묘지에 있는 한 영묘(靈廟)에서 무려19년이라는 시간동안 살고 있는 남자이다. 조너선 리벡은 원래 실력있는 약제사였지만 세상으로부터 받은
상처로 인해 결국 공동묘지로 오게 된 것이다. 그의 이야기는 마치 '세상에 이런 일이'에나 나옴직하다.
바깥으로 나가지 않는 리벡은 공동묘지 내에 존재하는 화장실에서 씻고 식사는 까마귀가 물어다주는
것들을 먹으면서 해결한다. 이런 그에게 특이한 점이 있다면(물론 공동묘지에 사는 것부터 특이하긴 하지만.) 바로 자신에게 먹을 것을 가져다 주는
까마귀와 대화가 가능하다는 것이다. 이러한 경우는 무덤을 배회하는 유령들과도 마찬가지이다.
그러던 리벡은 최근 죽은 마이클이라는 선생 유령과 트럭 사고로 죽은 로라라는 서점 직원과
친해지게 된다. 그렇게 하루하루를 유령과 까마귀와는 이야기 하지만 정작 공동묘지를 찾는 사람들 앞에는 나타나지 않던 어느 날 리벡은 미망인인
클래퍼 부인에게 들키고 만다. 클래퍼 부인은 공동묘지에 살 수 밖에 없는 리벡의 삶을 이해해주고 그런 그녀에게 리벡은 호감을 느끼게 된다. 그런
마음은 클래퍼 부인도 마찬가지여서 어느 순간부터는 그런 마음이 들기 시작한다.
이들과 함께 영혼인 마이클과 로라는 인간의 교감 못지 않은 교감을 서로 하게 되지만 마이클의
묘지가 이장되면서 두 영혼을 돕기 위해서 이 모든 이야기를 함께 알고 있는 묘지지기와 클래퍼 부인은 도와주려고 한다. 하지만 막상 묘지 밖으로
나가야 하는 순간이 닥치자 리벡은 도와주려는 마음과는 달리 주춤하게 되는데...
이처럼 이야기는 영혼과 산 사람들의 이야기가 적절히 섞여 있고 이들 각자가 지닌 사연이
등장하면서 마이클의 죽음에 얽힌 진실과 함께 약간의 반전도 담고 있어서 이들의 이야기가 잘 해결되기를 바라는 마음에서 읽게 되며, 결코 열아홉
살 나이의 작가가 썼다고는 생각되는 삶과 죽음, 사랑과 인생의 이야기가 담겨져 있어서 재미있게 읽었던것 같기도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