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시 러브레터』의 저자인 강혜선 교수는 조선 후기 한문학을 전공하였고 옛 문인들의 뜻과 정이
담긴 글을 찾아 소개하기를 좋아 했다고 하는데 아마도 그런 마음이 이 책으로 이어진 것이 아닌가 싶다.
요즘도 편지 쓰는 사람이 있나 싶을 정도로 최근에는 이메일과 휴대전화 문자가 더 많이
사용되는데 이 책을 보고 있노라면 옛 문인들은 참으로 멋지게 편지를 주고 받았다는 생각이 든다. 땔는 절절한 마음을 담아 보내기도 하고 때로는
우회적인 마음을 담아 보내기도 했는데 분명 지금과는 다른 정취가 느껴진다는 점은 참으로 매력적으로 느껴진다.
옛 문인들에게 있어서 편지는 '마음 속 정회(情懷)'를 털어놓아 만남을 대신하는 것이라
여겼다고 한다. 그래서인지 편지를 보낼 때 두 벌을 써서 하나는 상대방에게 보내고 또 하나는 자신이 소중하게 간직했다고 한다. 여기서 나아가
편지만을 따로 묶어서 작은 책자를 만들기도 했다니 편지이지만 또 하나의 문학 작품으로서의 가치를 지니기에 충분한 경우라 할 수 있겠다. (참고로
저자는 이 책에서 이런 시들을 편지시라고 표현한다.)
『한시 러브레터』에서는 총 4가지의 테마로 나누어서 한시 러브레터가 나오는데 러브레터라는 말이
자칫 남녀 간의 사랑을 전하는 편지로 생각될 수도 있겠지만 그 이상으로 다양한 의미의 사랑을 내포하고 있는 러브레터라는 점을 감안해서 이 책을
읽으면 좋을것 같다.
1부에 나오는 '국화꽃에 꽂혀 있는 벗의 시'는 제목 그대로 친구 간에 서로를 걱정하는
마음에서 주고 받는 편지시라고 할 수 있겠다. 어딘가로 떠나는 벗에게 주는 이별의 편지시, 술병이 난 벗에게 보내는 장난스러운 편지시, 조정에서
벗어나 전원으로 가는 벗에게 보내는 시, 바둑을 두작 초청하는 시에 답으로 다시 보내는 시, 벗에게 등불 구경을 가자고 청하는 편지시, 집에서
잘 가꾼 국화 화분을 벗에게 보내면서 시를 지어 보내고 이에 친구는 답장으로 다시 시를 지어 보낸다니 분명 낭만적인 일임에 틀림없다.
2부 '병들고 가난하더라도 함께 늙어 가요'에서는 부부 간(가족 간)의 이야기를 읽을 수 있는
편지시인 셈이다. 평생 독서와 저술에 몰두했던 유학자로 유명한 유희춘의 아내 송덕봉은 그런 남편에게 어찌하여 책에만 빠져 있느냐는 핀잔 섞인
편지를 주고 받는다. 또한 멀리 있는 남편이 아내에게 보내는 기내시도 수록되어 있으며, 한집에 살고 있음에도 아버지의 마음을 보이고자 아들에게
편지를 쓰기도 했다.
수박 씨를 즐겨 먹는 아버지를 위해 정성껏 말린 수박 씨를 보내 준 막내딸에게 답장으로 시를
써서 부치는 등의 이야기는 결국 그 바탕에 사랑이 존재하기에 가능한 일이다.
3부 '대지팡이를 보낸 뜻'에서는 주로 벗들 간에, 동료 간에 주고 받는 편지시로, 묵은
김치를 선물로 보내면서 풍자를 담은 시를 함께 보내긷 하고 선비로 하여금 굳센 절개를 지키라는 의미로 대지팡이를 선물하면서 편지시를 쓰기도
했으며 건강을 도와주는 당귀 싹을 벗에게 보내며 건강을 바라는 편지시를 쓰기도했단다.
4부 '나는 완전 바보, 그대는 반절 바보'에서는 물건을 주고 받으면서 물건과 함게 시를
지어서 함께 보냈다고 하는데 이에 대해서 받은 물건에 대한 답장을 시로 적었는데 여기에서는 그런 이야기가 적혀 있다. 맥문동을 요청하는 시,
신발 한 켤레를 보내 온 스님에 대한 시, 돈을 꾸는 곤란한 부탁을 유쾌하게 담아내고 있는 시 등이 이 부분에 소개된다.
각 시는 한시 원문이 나오고 원문 옆에는 한자 음이 적혀 있으며, 이에 대한 해석도 적혀 있고
이 한시를 주고 받게 된 경우와 관련된 일화가 자세히 나와 있기 때문에 『한시 러브레터』이지만 결코 어렵지 않게 읽을 수 있고 한시 내용도
흥미로워서 재미있게 읽을 수 있을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