추리 소설 속 주인공은 보통 명탐정이나 형사이다. 아니면 그 비슷한 존재로 어찌됐든 사건을
해결하는 또는 범인을 밝혀내는 사람이 주인공으로 등장하는 경우가 많다. 하지만 이 책의 경우 우리가 보통 생각하는 그런 존재가 아닌 도둑을
주인공으로 하고 있다.
마치 영국의 추리소설 작가 코난 도일이 창조해낸 설록 홈즈에 대적하기 위해서 만들어낸 프랑스의
작가 모리스 르블랑이 창조해낸 아르센 뤼팽이 그 주인공이다. 그는 아르센 뤼팽을 주인공으로 한 21개의 작품을 발표했고, 이토록 특이한 캐릭터로
인해 레종 도뇌르 훈장을 받기도 했단다.
보통 범죄자는 조연격으로 주연인 형사와 탐정을 빛나게 하는 역할을 하지만 이 책에서는 선과
악의 경계가 모호한, 때로는 선에서 때로는 악에 서서 이야기를 들려주는 아르센 뤼팽이라는 괴도 신사를 등장시켜서 변장술의 대가이자 유머러스
하면서도 충분히 매력적인 모스을 그려내고 있다.
아르센 뤼팽 전집의 세 번째 작품인 『기암성』에서는 앞서 두 번째 이야기에서 뤼팽이 천재적인
명탐정 헐록 숌즈와의 대결을 벌였다면 이번에는 천재 소년인 보트를레가 등장한다. 이 둘은 비슷하면서도 묘하게 다른 매력으로 독자들을 사로잡는데
아직 고등학생인 보트를레가 조금은 순수한 모습으로 제스브르 백작의 저택에서 살해된 비서 장 다발의 사건에 뛰어든다면 뤼팽은 다소 냉소적이지만
매력적인 모습으로 사건에 다가선다.
두 번째 이야기에서도 그랬지만 헐록 숌즈와 천재 소년 보트를레는 아르센 뤼팽이라는 도둑과
대조적인 이미지로 그려지고, 이들은 사건을 해결함에 있어서 자신만의 매력을 선보이고 그렇게 함으로써 동시에 아르센 뤼팽의 매력을 부각시키고
있는게 아닐까 하는 생각이 들게 한다. 아마도 모리스 르블랑은 이러한 점을 의도하지 않았나 싶기도 하지만 한편으로는 아르센 뤼팽 혼자서 이야기의
전체를 이끌어 가는 것보다는 이렇게 서로의 실력을 대결하는 식으로 그려지면서 독자들로 하여금 사건의 해결하기 위한 추리의 다양한 접근을 제시하고
있는것 같아 이러한 부분도 흥미롭게 읽을 수 있을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