프랑스, 그중에서도 파리는 전세계 여행자들로부터 사랑을 받는 곳이다. 낭만과 예술의 도시로
여겨지는 파리는 사랑에 빠진 연인들에게 더 잘 어울릴것 같은데 흥미롭게도 『파리 로망스』는 이별에 관한 이야기를 담고 있다. 더욱이 두 남녀가
파리에서 이별하는 것이 아니라 한 여자와 이별한 한 남자가 파리에 가서 ‘우리는 왜 헤어졌을까?(1부)’라는 의문의 해답을 찾고자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모든 사랑이 아름답지 않은것처럼 모든 이별이 아름다울 수는 없다. 함께 사랑했지만 이별할 때
서로의 마음이 같아 서로에게 상처를 주지 않기 보다는 어느 한 사람의 일방적인 이별 통보로 끝나는 사랑이 대부분이니 이별을 통보받은 인물은
자신이 왜 이별하게 되었는지에 대해 고민할 수 밖에 없을 것이다. 때로는 이별을 받아들이지 못해 혼자 그 아픔을 감당해내야 하는데 이 책속의 한
남자 역시도 그러하다.
남자는 파리에서 10년 동안 예술을 공부하다 한국에 와서 일하다가 주변인의 부탁으로 그녀의
딸의 문학 수업을 개인지도 하게 된다. 외국에서 태어난 그녀는 남자보다 16살이 어렸고, 지나치게 당돌하고 또 지나치게 아름답고
매력적이였다.
결국 두 사람은 사랑에 빠지고 남자는 그녀를 통해서 세상에 다시 없을 행복을 느끼지만 동시에
한편으로는 불안해 한다. <오페라의 유령>을 보고 자신을 크리스틴이라 불러달라는 그녀와 자신만의 크리스틴을 갖게 된 남자.
둘은 연애 1주년을 기념해서 파리를 가자고 약속하지만 그 약속을 지키기도 전에 둘은 헤어진다.
그리고 남자는 홀로 파리에 와서 그녀가 왜 자신에게 헤어지자고 했는지를 생각한다. 파리의 풍경에서 그녀와의 추억을 떠올리기도 하는데 결국 그가
깨달은 이유는 크리스틴이 보여주는 사랑에 자신은 솔직하지 못했고 더 적극적이지 못했던 것이다. 그녀와 사랑에 빠진 순간부터 남자는 그녀와의
이별을 염두에 두었고 자신이 덜 상처받고자 그녀와의 거리를 둔 채 온전히 사랑하지 않았고 그런 관계에 크리스틴은 스스로 지쳐갔던 것이다.
사랑함에도 불구하고 이별이 두려워 더 많이, 더 솔직히 사랑하지 못한 한 남자의 뒤늦은
깨달음과 후회가 안타깝게 느껴진다.
여기까지가 1부라면, 2부에서는 남자가 크리스틴과 함께 파리에 왔을 때 그녀에게 보여주고
싶었던 파리의 모습을 담고 있다. 생쉴피스 성, 파리 국립 고등 미술 학교 정원, 셰익스피어 서점, 센 강, 오페라 가르니에 극장,
에펠탑몽파르나스 묘지, 미라보 다리에 이르기까지 파리의 명소들이 소개된다. 그리고 이 장소들은 저자의 10년이라는 파리 생활에서 큰 영감을
주거나 큰 의미를 지니는 곳들이다.
그래서 남자는 여자에게 자신만의 감상과 추억이 어린 곳들을 그녀에게 꼭 보여주고 싶었을
것이다. 하지만 결국엔 그곳을 혼자서 가야했던 그 마음이 아련하게 느껴진다.
사실 이 책은 실제 경험(fact)과 허구(fiction)가 느슨하게 어우러진
‘팩션(Faction)’이라고 하는데 책을 읽으면서 과연 이 이야기가 어디까지 진짜인가 싶은 마음이 들었다. 왜냐하면 한편으로는 지나치게
솔직하게 쓰여있어서 만약 크리스틴이라고 불린 그녀가 이 책을 본다면 어떤 기분일까 싶었기 때문이다.
한 사람의 지극히 개인적인 이야기인 동시에 사랑과 이별을 경험하는 모든 이들의 이야기일 수도
있다는 점에서 감상적으로 다가오는 책이였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