책의 표지를 보면 빨간 머리의 여자가 원피스를 입고 서 있는데 그 옆에 놓인 가방에는 '엄마,
나 여기 있어!'라는 글이 적혀 있고 자신의 몸에는 영어로 'In here, Mum.'이라고 똑같이 적혀 있다. 마치 무인도에 표류된 사람이
자신이 있음을 알리고 구조 요청을 할 때 'S. O. S'라고 쓰는 것처럼 자신이 어디에 있음을 알리고 있는 문구가 인상적으로 다가온다.
제목처럼 이 책의 주인공은 밀리이다. 밀리 버드는 일곱 살로 최근 아빠가 암으로 죽었다.
밀리는 독특하게도 '죽은 것들의 기록장'에 자신이 목격한 죽은 것들-강아지, 사람, 거미, 심지어 파리까지-을 기록하고 죽은 것들의 장례를 자신
만의 방식으로 치뤄 준다.
그러던 어느 날 엄마와 함께 백화점에 가게 되고 엄마는 여자 속옷 가게 앞에 밀리를 데려다놓고
기다리고 있으라고 하고는 어딘가로 간다. 그리고 밀리는 정말 그 자리에서 기다린다. 진열된 여자 속옷 아래 공간에서 말이다. 하지만 엄마는
나타나지 않는다.
백화점 여기저기를 돌아다니나 칼이라는 이름의 여든일곱 살 터치 타이피스트를 만나게 되는데 칼은
밀리가 죽은 것들을 수집하는 것처럼 키보드의 대시를 수집한다. 자신이 하는 생각이나 말을 자신의 몸에 타자를 치는 특징을 가지고 있다. 둘은
커피숍에서 만나 이러저런 이야기를 나눈다.
밤이 된 백화점에서 여전히 엄마를 기다리던 밀리는 엄마가 자신이 잘 찾아오길 바라나는 마음에서
백화점 정문 유리에 자신이 거기 있음을 적어 놓고 마네킹과 물건들을 이용해 엄마가 자신을 두고 간 속옷 가게로 유도하는 진열을 해놔서 결국 보안
요원에게 잡히고 만다.
보안 요원은 밀리가 칼과 함께 있는 모습에서 칼을 아동을 대상으로 하는 성범죄자로 오인하고
엄마가 없다는 밀리의 말에는 복지센터에 연락에 위탁가정에 보내려 한다. 결국 칼과 밀리는 도망을 가지만 칼이 잡히고 칼은 밀리에게 도망치라고
한다. 칼은 사랑하는 아내 에비를 잃은 후 의욕을 잃은 채 슬픔에 빠져 산다 밀리의 엄마가 그런 것처럼. 결국 아들과 함께 살게 되지만 며느리는
반대하고 요양원으로 보내진다.
그 사이 밀리는 자신의 집으로 도망치고 밀리의 집 반대편에 사는 여든 두 살의 애거서 팬서가
이 모습을 보게 된다. 애거서는 남편의 죽음 이후 주변에서 자신을 걱정하며 위로하는 모습에 슬픔을 참고자 모든 호의를 거절한 채 7년이라는 시간
동안 집 밖으로 나가지 않고 이웃에 소리를 치면서 살아간다.
길이 보이는 창가에 앉아 조그만 구멍으로 사람들을 보면서 그들에 대해 (비난하는 식으로)
소리치기도 하고, 집안에 있으면서 자신이 무엇을 하는지(밥을 먹고, 씻고, 옷을 갈아입는 등의)를 소리치기도 한다. 그런 애거서가 밀리의
사정(엄마가 자신을 버리고 이모집에 갔고 이후에는 미국으로 간다는 여행 일정표를 보게 된 이후로)에 처음으로 밀리에게 먹을 것을 주러 집 밖으로
나가고 결국에는 밀리의 엄마를 찾기 위해 밀리와 길을 떠나게 되는 것이다.
여기에 요양원에 있던 칼은 아내의 죽음 이후 처음으로 무엇인가 하고 싶은 것들에 대해 생각하고
생애 처음으로 용기를 내 밀리를 찾으러 요양원을 탈출한다.
제각각의 삶을 살았던 여든 살이 넘은 두 노인 애거서와 칼이 7살의 소녀 밀리를 만나 밀리의
엄마를 찾기 위해 동부에 있는 이모 집으로 가기 위한 여행을 떠난다는 설정이 너무나 흥미로운데 여기에 아내와 남편을 잃고 엄마가 떠난 상실의
경험을 한 사람들이 만났다는 점도 특이하고 삶의 의욕을 잃은 채 살아가던 애거서와 칼이 밀리를 만나 스스로 그 상황에서 벗어나 기꺼이 모험을
하고자 하는 모습은 감동적이기까지 하다.
오스트레일리아를 배경으로 해서 전혀 어울릴것 같지 않은 세 사람이 만나 서로의 상처를
보듬어내는 모습을 보고 있으면 마치 원래부터 사이가 좋았던 한 가족의 모습이라는 생각마저 든다. 나이를 초월한 세 사람의 모험은 그래서 더
기대되고 독자들에게 감동을 선사하는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