60초 소설가
댄 헐리 지음, 류시화 옮김 / 엑스북스(xbooks) / 2015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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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82년 스물다섯 살의 나이에 시카고에 있는 미국 변호사 협회에서 기자로 일하고 있던 댄 헐리의 유일한 소망은 소설가가 되는 것이였다. 실제로 그는 매일 아침 여섯 시에 일어나 소설을 썼고, 친구들과 모여 대화를 하다가도 소재가 떠오르면 곧장 집으로 달려가기도 했었다.

 

그러던 10월의 어느 날 아침, 출근길 버스 안에서 할로윈 축제 때 입을 옷을 고민하다가 번뜩이는 아이디어를 떠올리는데 그것은 타자기를 들고 군중 속으로 들어가 사람들이 원하는 글을 써주겠다고 말이다. 하지만 저자는 쉽게 실행으로 옮기지 못하다가 한번 저질러 보자는 심정으로 시작하게 된다.

 

그렇게 해서 영화감독들이 쓰는 접는 의자와 앉은 무릎에 올려놓을 1953년형 로얄 타자기, 그 앞에 세워 둘 ‘60초 소설, 즉석에서 써드립니다’를 적어 1983년 4월 24일, 일요일 오후 2시에 시카고 미시간 애비뉴로 나간다.

 

처음 그는 마치 군중 속에 발가벗겨진 채인듯 어찌할바를 모르고 사람들은 그가 돈을 벌려고 생각해낸 새로운 수작이라고 여기기도 하면서 그가 60초 소설을 써주겠다고 말하자 무시하거나 비아냥 거리기도 한다. 실제로 그는 60초 소설을 쓰고 싶었을 뿐 돈을 벌려고 했던 것이 아니었다.

 

그러다 어느 나이든 남녀 한 쌍이 다가와 뭘 하는지는 모르지만 하나 써달라고 이야기하고, 그는 두 사람의 이름을 물어 본 뒤 지금의 상황에 어울어진 '정말 신기한 일'이라는 60초 소설을 쓰게 된다. 그가 글을 다 쓰는 동안 수 많은 사람들이 그를 에워싸며 자신의 차례를 기다렸고 이것은 댄 헐리 인생의 최대 전환점이 된다. 댄 헐리는 이 60초 소설을 통해서 현재의 아내인 앨리스를 만나기도 했으니 말이다.

 

『60초 소설가』에는 이렇게 댄 헐리가 '60초 소설가'가 되어 시카고를 시작으로 뉴욕, 하와이, 캐나다, 플로리다에 이르는 곳에서 만나 22,613명에게 이야기를 써주었고, 이야기의 복사본을 따로 보관하게 되는데 이 책에서는 60편이 조금 넘는 자신이 가장 좋아하는 60초 소설이 담겨져 있다.

 

이 소설들은 거리, 백화점이나 쇼핑몰, 파티 등에서(어느 정도 그가 유명해지자 그를 초대해서 고객들을 대상으로 소설을 써달라고 하는 의외가 늘어난다.) 만난 사람들로부터 그들의 이야기를 듣고 즉석에서 써내려간 이야기인데 이 과정에서 사람들은 자신이 안고 있는 고민이나 아픔, 사랑 이야기 등을 저자에게 이야기 함으로써 위로와 용기, 공감을 얻게 되는 것이다.

 

이후 댄 헐리는 AOL이라는 회사가 1994년 말에 서로 소통하고 교류할 수 있는 새롭고 창조적인 오락을 개발하기 위해 멋진 아이디어 제공자를 찾자 자신의 60초 서설이 이미 소통과 교류를 하고 있다고 여기고 1995년 9월에 <60초 소설가> 사이트를 개설하기에 이른다.

 

이 일은 여러 언론에도 알려졌고, 1996년 10월에는 <경이로운 즉흥 소설가>라는 사이트를 개설하고 저자는 독자들과 컴퓨터로 통신으로 대화를 하게 되는데 저자는 독자에게 즉흥적으로 소설을 써주게 되고 이러한 모든 과정은 다른 사람들이 지켜 보는 가운데 이루어지며 때로는 둘의 이야기를 지켜보던 사람들이 아픔을 겪고 있는 독자에게 힘을 주고 응원하기도 한다.

 

책에는 그가 타자기로 소설을 쓰게 된 경위와 점차 그가 유명해지고, 이제는 온라인 상에서도 그 일을 함으로써 많은 사람들의 이야기에 귀기울이고 그들에게 위로를 건내고 있음을 말하며 앞으로는 타자기 한대와 통역사를 데리고 전세계 60억 인구의 이야기를 60초 소설로 남기고 싶다며 포부를 밝힌다.

 

상당히 독특하면서도 기발한 아이디어이다. 누군가의 이야기를 60초, 한 장의 종이에 다 써내려갈 수는 없지만 그렇기에 그의 인생에서 가장 중요한 부분을 담아내준다는 점에서 저자는 놀랍도록 대단한 발상을 실행에 옮긴 이가 아닌가 싶다. 만약 내가 댄 헐리를 만나게 된다면 그는 내게 어떤 60초 소설을 써줄지 기대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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