터키어 수강일지
우마루내 지음 / 나무옆의자 / 2016년 5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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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터키어 수강일지』는 신예작가인 우마루내의 데뷔작으로 누구에게도, 심지어 존카의 멤버들에게 조차도 말할 수 없는 비밀을 얻게 된 열다섯 살 소녀인 '나'의 자신만의 표현법을 찾아가는 이야기를 담고 있는 책이다.

 

나는 존나 카와이(Jonna Kawaii)한 인터넷 그룹의 멤버로 이 그룹은 가입 조건이 상당히 까다로운 일종의 친목모임이다. 은어 같은 발음이 때론 욕 같기도 한데 일명 '정말 귀여운 모임'은 다양한 의미로 쓰이는 일종의 상징적인 표현처럼 느껴진다.

 

줄여서 존카, 영어로는 JK라고도 하는 이 그룹의 본거지는 부산으로 그외에도 도쿄나 토론토, 쿨알라룸푸르에 이르기까지 세계 곳곳에 거점을 두고 있는데 글로벌한 조직이니만큼 시차가 있어 그룹은 대체적으로 24시간 깨어있다.

 

다만, 본거지가 한국이니 공용어는 당연히 한국어인데 정말 다양한 사람들이 존재하는 그룹인 셈이다. 나는 친구들의 추천으로 존카에 가입한 경우로 내가 이곳에 가입하고 싶었다기 보다는 또래의 문화에 끼지 못하면 어울리지 못하고 그러면 장차 자연스레 무리에서 떨어져 나와 홀로 생활하고 이는 점심시간에 혼자 밥을 먹어야 하는 등의 실로 심각한 일로 번질수도 있어서 결국 나는 친구들과 어울리기 수월해 존카에 들어왔다.

 

마치 비밀 사교클럽처럼 지인 추천제로 가입해 자신의 소개글도 남겨야 하는데 그곳에서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라는 닉네임의 남자는 다른 사람들과 친해지려 하지만 오히려 사람들로부터 무시당하고 조롱당하는 인물로 평가하는 존재다.

 

그러던 나는 15년 인생에서 가장 큰 재앙을 만나게 되는데 등교하던 중 낚시가게 앞에서 반쯤 졸린 눈으로 먼지를 쓸고 있는 주인 아저씨를 보게 되는데 그때 0.5센티미터 정도의 엉덩이 구멍을 발견한 것이다. 그때부터 아저씨이 엉덩이에 속수무책으로 빠져들게 되면서 나는 함께 어울리는 존카 멤버이자 친구들에게조차 말할 수도 없고 이해받지도 못할 고통을 느끼게 되는 것이다.

 

다분히 불온해 보이는 설정인데 묘하게도 불쾌하게 느껴지지 않는다는 것이 아이러니한데 결국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외쳤던 그 주인공처럼 너무나 답답했던 나머지 나는 존카의 멤버이자 자신이 평소 좋지 않게 생각했던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에게 털어놓게 되고 이해를 받게 된다.

 

그러나 그와 이야기를 나눈 사실이 밝혀지면 자신도 그와 같은 대우를 받을 것이기에 곧 말한 행동을 후회하게 되지만 오히려 그는 이후로 어떻게 되었는지 개인 메시지를 보내오게 되는데...

 

진정한 이해와 친목을 도모하는 그룹이라기 보다는 존재와 가입유무에 따라 자신의 가치가 평가되는 듯한 곳에서 나는 모두가 등한시했던 한스 요아힘 마르세유로 터키어 수강을 하러 간 곳에서 만나게 되고 온라인 상의 인물을 오프라인에서 만나게 되면서 그와 많은 이야기를 주고 받으며 점차 존카로 표현될 수 없는 자신에 대한 표현을 발견해가는 상당히 독특하지만 그래서 신선하게 다가왔던 책이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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