버드 박스
조시 맬러먼 지음, 이경아 옮김 / 검은숲 / 2015년 7월
평점 :
구판절판


 

이 책을 읽으면 읽을수록 언젠가 본 영화가 떠올랐다. 제목도 전체 이야기도 기억나지 않는데 그 영화에서 어떤 공기가 지나가면 그 주변에 있는 사람이나 모든 것들이 죽어버렸던, 그래서 그 공기를 들어오지 않게 막았던 기억이 나는데 이 책에서는 '크리처'라 불리는 존재가 바로 그렇다.

 

이야기는 집안을 외부로부터 완벽히 차단한 채 살던 멜로리라는 여성이 보이와 걸이라 부르는 두 아이를 데리고 '그 곳'을 향해 눈을 가린 채 작은 보트를 타고 가는 것으로부터 시작된다. 그리고 멜로리가 겪는 현재와 지금의 현상이 일어나게 된 과정인 과거가 반복적으로 서술되는 형식이다.

 

아이들이 태어나기 9개월 전에 러시아 상트페테르부르크 외곽을 시작으로 그 지역으로부터 떨어진 여러 곳에서 사람들이 자신의 주변에 있는 사람을 죽이고 결국엔 자신도 죽는 사건이 발생하고 이는 곧 멜로리가 살고 있는 미국에서도 벌어지게 된다.

 

무엇인가를 본 이후에 사람들이 자신과 주변 사람들을 죽인다는 사실이 밝혀진 후 사람들은 점차 자신의 집안 창문 이불 등을 이용해 모두 가리고 외출을 삼가하고, 외출 시 자신의 눈을 가린채 움직이게 된다.

 

처음 멜로리는 이 일을 믿지 않는다. 그러나 어느 날 부모님과 연락이 닿지 않고 자신의 언니인 섀넌이 가려놓은 창문을 걷어낸 채 죽어 있는 것이 발견되면서 일련의 사건들이 일어나기 전 안전가옥을 운영하니 사람들에게 오라고 한 광고지를 떠올려 그곳으로 가게 된다.

 

그곳에는 자신처럼 사랑하는 사람을 끔찍하게 잃은 사람들이 모여 있었는데 그 집의 주인이자 이 사태의 심각성을 짐작해 대비를 해놓은 조지는 사람들이 눈으로 직접 보지만 않는다면(예를 들어 비디오 카메라 등으로 바라보면) 괜찮을 것이라는 가설을 몸소 실험해 보다 결국 그 방법도 통하지 않아 스스로를 죽였다는 것을 그곳에 살던 톰이라는 남자로부터 듣는다.

 

모든 사회시설은 불통이 되고 정부는 창문을 가리고 외출을 하지 말라는 말만 되풀이 하는 상황이 계속되면서 대혼란이 이어진다. 멜로리는 이 안전가옥에서 4년을 살았는데 그곳을 떠나 두 아이를 위해서 위험한 길을 떠나는데 그렇다면 멜로리가 안전가옥에 왔을 때 있었던 사람들은 어떻게 되었을까 하는 궁금증이 생긴다.

 

그리고 멜로리가 가고자 하는 '그곳'은 과연 어디인지가 내내 궁금해지고, 아이들과 함께 안대를 하고 그 어떤 상황에서도 안대를 풀지 않기에 보이지 않는 공포를 절절히 경험하는 이들의 모습은 그 상황을 떠올리게 하면서 책에 몰입하게 만든다.

 

책을 읽자마자 영화로 만들었으면 좋겠다는 확신같은 바람이 생겼는데 고맙게도 출간 전에 이미 유니버설 픽쳐스에 의해서 영화화 결정되었다고 하니 이 장르를 좋아하는 사람들에게는 마치 『눈먼 자들의 도시』의 자발적 버전이라는 흥미로움을 제공하리라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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