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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인주의 가족
그레구아르 들라쿠르 지음, 이선민 옮김 / 문학테라피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개인주의 가족』는 『행복만을 보았다』를 통해서 국내에서도 화제가 되었던 그레구아르 들라쿠르의
작품이다. 표지가 상당히 제목에 걸맞다고 해야 할것 같은 것이 다섯 명으로 보이는 나이도 성별로 제각각인 인물들이 그보다 더 제각각의 포즈를
취하고 있는데 얼굴 표정이 없는 모습이 인상적으로 느껴진다.
책의 서문은 리오넬 뒤루아의 『슬픔』에서 인용한 글이 대신하고 있는데 이는 아래와
같다.
“책이 지닌 파괴력이 얼마나 강력한지는 누구보다 잘 알면서도 내 주변에 있는 가장 사랑하는
이들을 지키는 방법은 제대로 알지 못했다.”
가장 가깝고 편하다는 이유로 우리는 가장 소중한 존재일지도 모를 그 사람들(특히 가족이
해당한다)을 소홀히 대하고 남들보다 더 큰 상처를 주기도 한다. 가족이니깐 뭐 어떠냐고 이야기할 수 있지만 그저 상대가 참고 있을 뿐인지도 모를
일이다.
책은 일곱 살에 시를 써 가족들로부터 천재라는 소리를 듣게 된 에두아르가 시간이 지날수록 글을
쓰는 감각이 점점 떨어져서 영재들 틈에 끼어 자신의 진짜 능력과 마주하게 된다. 심지어 유급이나 정신과 치료라는 심각한 말까지 오가는 상황에서
부모님은 에두아르의 열 번째 생일이 다가올 때쯤 회의를 하게 된다.
여기서 에두아르가 일곱 살에 쓴 시를 보자.
엄마
엄마는 엠마가 아니죠.
아빠
아빠가 묵지빠를 하네요.
할머니
할머니는 허니처럼 다정해요.
할아버지
세상 사람 모두 지지고 볶아요.(p.8)
그 또래 답다 싶으면서도 심오해 보이기도 하는데 프랑스어를 알아서 원문으로 볼 수 있다면 그
의미가 더 크게 와닿을수도 있겠다는 생각을 해본다.
가족의 모든 기대를 한 몸에 받으며 작가로서의 꿈을 꾸지만 현실은 카피라이터로서의 삶이다.
물론 이를 통해 어느 정도 성공을 거두지만 가족들이 원하는글을 쓰기란 쉽지 않다. 한 때 에두아르의 천재성으로 가족은 똘똘 뭉쳤지만 그것이
허상과도 같았다는 것을 알게 되면서 가족들은 뿔뿔이 흩어져서 더이상 끈끈한 유대감을 보이지 않는다.
에두아르가 알제리의 기숙학교로 간 뒤 상황은 점점 더 나빠지는데 아버지는 전쟁터의 상처로
우울증을 앓고 엄마와 헤어지며 엄마는 새로운 남자 친구를 찾고 남동생은 정신병원으로 여동생은 미혼모가 될 위기에 처한다. 단순히 이 모든 것이
에두아르의 탓이라고 할 수는 없지만 어쩌면 에두아르에 대한 지나친 기대가 불러온 점진적인 파멸과도 같은 일들이 아닐까 싶다.
에두아르가 가족들이 기대처럼 작가로서의 탄탄대로를 달렸다면 이 책은 이토록 주목받지 않았을지도
모른다. 그래서인지 설령 에두아르가 그들의 기대에 미치지 못했더라도 그를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그가 진짜 잘할 수 있는 일을 응원해 주었다면
에두아르가 진정한 행복을 느끼게 되는 것만큼이나 가족들의 유대감 역시도 더욱 끈끈해질 수 있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을 해보게 되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