플라나리아 -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
야마모토 후미오 지음, 양윤옥 옮김 / 예문사 / 2016년 2월
평점 :
절판


 

개인적으로 일본문학을 즐겨 읽는데 책을 선택함에 있어서 나오키 상, 일본서점대상 등과 같은 주요 문학상 수상작이나 미스터리의 경우 '이 미스터리가 대단하다' 등의 경우에는 아무래도 다른 책들보다 더 챙겨보게 되는것 같다.

 

그중『플라나리아』는 제124회 나오키상 수상작으로 학창시절 과학실험에서 들어 본 적이 있음직한 그 플라나리아를 표제작으로 내세운 5편의 단편이 수록되어 있는 책이다. 국내에서는 15년 만에 재번역된 작품으로 나오키상 수상 당시 심사위원들의 만장일치에 가까운 호평을 받았다고 한다. 개인적으로는 이번 기회에 처음 만난 경우다.

 

표제작이기도 한「플라나리아」는 젊은 나이에 유방암으로 절제술을 받고 자신의 신체 일부분을 이식한 하루카라는 여성의 이야기다. 그런 그녀가 입버릇처럼 달고 다니는 말이 '다음 생에는 플라나리아로 태어나고 싶다'는 것이다. 어떤 상황에서도 결국은 스스로를 재생해내는 플라나리아의 특징이 지금 그녀가 겪는 심리적, 육체적 아픔을 대변하는것 같다.

 

암이 더이상 희귀병이 아닌 시대가 되었고 기술도 발전해 어느 정도는 발견하면 충분히 치료와 완치가 가능할 정도라고는 하지만 여자에게 있어서 여성성을 나타내는 가슴을 절제해야 했던, 지금도 계속해서 치료를 해내가고 있지만 주변에서는 이미 다 나은것마냥 그녀의 심정을 그저 투정이나 고약한 심통처럼 치부하는 모습이 안타깝게 그려진다.

 

「네이키드」는 남편의 갑작스러운 이혼 요구 후 자포자기하다시피 한 채 도심의 변두리에 위치한 허름한 원룸에서 무엇을 다시 시작하려는 의욕도 없이 하루하루를 그저 여유롭게(자신의 입장에서는 그렇지만 그녀를 아는 사람들은 삶을 포기한 사람처럼 생각한다.) 살아가고 있는 이즈미라는 여성의 이야기다.

 

남편과의 창업을 위해 다니던 회사까지 관두고 가게를 크게 일궈내지만 오히려 이러한 과정들 속에서 남편과는 갈등이 발생하고 결국 그는 일방적인 이혼을 요구한다. 그렇게 홀로 살아가는 그녀는 예전에 다니던 직장의 후배를 우연히 만나게 되고 그와의 관계를 통해서 점차 자신의 미래를 생각해 보게 되는데...

 

「어딘가가 아닌 여기」는 지극히 현실적인 중년 여성의 이야기다. 남편이 구조조정을 당해 수입이 절반 가까이 줄어들자 심야에 마트에서 파트타임으로 일하고 고등학생과 대학생인 아들은 점차 집에 들어오지 않는 나날이 많아지며 집에 있어도 이렇다할 대화조차 없다.

 

사고로 돌아가신 아버지를 대신에 주기적으로 친정 어머니를 돌봐야 하고 갑작스레 쓰러진 시아버지가 치매가 생기자 전업주부라는 이유로 가장 많이 찾아뵈야 한다. 여기에 딸은 졸업도 전에 독립을 요국하는데...

 

남편 뒷바라지, 자식 키우기, 부모님 부양에 이르기까지 묵묵히 자신의 일을 해낸 중년의 그녀가 지금 자신이 돌본 이들로부터 느끼는 공허함과 어느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는 힘든 심경 등이 상당히 현실적으로 그려지는데 여기서 그녀는 좌절하고 마는 것이 아니라 지금부터라도 자신의 감정에 솔직해지고 당당해지라 결심하고 이를 조금씩 실천에 옮긴다.

 

「죄수의 딜레마」는 심리학 분야의 박사과정 중인 남자친구가 자신의 생일 날 청혼을 하자 미토는 어딘지 모르게 이 상황을 회피하고 싶어진다. 오랜 연애 중인 남자친구가 있지만 회사 내의 외부 디자이너와 부적절한 관계를 맺고 있고 직장 동료의 소개팅에서 만난 남자와도 가벼운 만남을 하는 미토다.

 

남자친구의 진짜 정체가 무엇인지 몰라 혼란스러운 가운데 그녀의 사생활이 회사 내에 퍼지고 이 일로 인해 상사로부터 혼이 나지만 오히려 이 일을 계기로 그녀는 자신의 진짜 원하는 것이 무엇인지를 깨닫게 되는데...

 

「사랑 있는 내일」은 아내와의 이혼 후 직장을 그만두고 그토록 염원하던 소소한 분위기의 선술집을 운영하는 마지마라는 남자가 우연히 가게에 찾아 온 스미에와 함께 살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어딘가 모르게 정상적인 사고와는 거리가 먼 거침없는 행동을 하는 스미에이지만 손금을 잘보기로 입소문이 나면서 사람들이 찾아오고 그녀는 자신과 함께 살면서도 다른 남자들과 거리낌없는 행동을 한다.

 

그렇게 아슬아슬한 관계를 이어가던 중 전처가 키우는 딸이 찾아와 그녀의 정체가 밝혀지고 오히려 이를 계기로 두 사람은 서로의 마음을 확인하게 된다.

 

안정되어 있는 사람들이라기 보다는 불안한 현재 속에서 지금, 앞으로 자신이 무엇을 해야 할지 모르는 주인공들이 그것을 깨달아가는 과정에서 상처를 받기도 하지만 이 또한 스스로 이겨내야 할 일이기에 점차 강해지는 사람들로 있는 반면 여전히 무엇을 어떻게 해야 할지 결정을 내리지 못하는 이도 있다.

 

모두가 행복하게 살았다고 마무리되는 이야기가 아니여서, 누군가의 이야기는 미완성의 결말을 보여주고 누군가는 어제보다 조금더 강해진 모습으로 마무리되기도 하고 또다른 누군가는 행복한 분위기의 결말을 보여주기도 하는, 우리가 사는 세상 속 사람들의 이야기라 해도 과언이 아닐 것 같아 오히려 이러한 결말이 더 현실적으로 느껴졌던 책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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