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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
마크 우베 클링 지음, 채민정 옮김, 안병현 그림 / 윌컴퍼니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어느 건방진 캥거루에 관한 고찰』는 상당히 흥미로운 책인다. 긴가민가 싶어질 정도로 흥미롭고
어느 순간부터는 주인공 마크 우베 클링과 함께 살고 그와 게임을 하고 말장난을 하고 심오한 대화를 나누는 존재가 캥거루인지 사람인지도 잊어버릴
지경이다.
어느 날 옆집에 이사 온 캥거루. 이사 온 직후부터 주인공에게 찾아와서는 장보기에서 빼먹은
식자재가 있다며 은근슬쩍 앵긴다. 결국 계란에서 시작해 소금, 그릇에서 가스레인지까지 점령하고 설상가상으로 이제는 마크가 필요한 물건을 사러갈
지경에 이른다.
맨 아래층의 노부인은 이사 온 캥거루가 독일 땅을 뒤덮을 터키놈들이라며 소리치지만 캥거루는
호주에서 온 거로 알고 있다고 말하지만 이 또한 크게 작용하지 않는다.
엉뚱한 소리를 일삼는것 같은 캥거루지만 지금 시대에 비판적이고 인간이 당연하게 생각하는 것들에
대해 쓴소리도 곧잘 한다. 게다가 말빨은 어찌나 센지 말로는 당할 재간이 없다. 그러던 어느 날 캥거루가 자신의 짐을 챙겨 마크의 집으로
들어오고 둘은 물에 물 탄듯, 술에 술 탄듯 그렇게 함께 살아간다.
자유경제체제에 대해 비판하고 공산주의 세계관도 서슴없이 이야기하며 인생에 대한 심오한 철학까지
전하는 캥거루여서 어느 때엔 인간인가 동물인가 싶어질 것이다. 함께 밥을 먹고 음악 듣고 모노폴리 게임도 하고 시위도 구경하고 물담배도 같이
핀다.
책은 이렇게 캥거루와 마크의 황당하고 유쾌하고 때로는 진지한 80개의 짧은 에피소드들로
구성되어 있는데 마치 오랜 친구 같기도 하고 한편으로는 투닥거리는 연인 같기도 하고 몇 십년을 함께 산 노부부 같은 느낌마저 드는 참으로 기묘한
동거인이다.
딱 시트콤 같은 분위기라 가볍게 읽을 수 있으면서도 재밌어서 제목의 기대감을 만족시켜주는
책이였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