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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
모리 아키마로 지음, 김아영 옮김 / 황금가지 / 2016년 4월
평점 :
절판

『이름 없는 나비는 아직 취하지 않아』는 미스터리가 아닌듯 미스터리한 흥미로운 다섯 편의
단편이 수록된 연작소설집이다. 주무대는 도야마 대학의 '취연' 즉, '취리연구회이다. 주인공인 사카즈키 조코는 주조장을 운영하시는 아버지와 너무
일찍 결혼하는 바람에 연기자의 꿈을 저버릴 수 밖에 없었던 어머니의 성화에 10년 정도 전에 유명 아역으로 이름을 알렸던 특이한 이력의
소유자다.
그런 조코는 대학에 들어와 추연(推硏)이라는 추리연구회 동아리에 가입하려고 하지만 추연과
발음이 똑같아 생긴 오해로 결국 취연(醉硏, 둘은 똑같이 '스이리'로 발음한다.)에 가입하게 된 경우다.
취연은 술을 마시기 위해 마시는 동아리로 그저 자기 자신을 술에 적시는 것처럼 마시며 괴상하고
기묘한 구호가 뒤따르는데 "취, 취, 취취취취, 취하면 멋진 이치가 보인다!", "취, 취, 취취취취, 마시면 당신도 이치가 보인다!'이다.
동아리 회장인 미키지마 선배는 늘상 술에 취한 상태처럼 보이며 그래서 수업에 들어가지 못해
유급 상태이지만 어딘가 모르게 조급함이란 찾을 수 없다. 게다가 조코가 보기에 그는 빨려 들어갈 것만 같은 바다 밑바닥 같은 눈을 지닌 동아리
만큼이나 묘한 남자다.
술 동아리이지만 그속에는 미스터리가 있는데 시체가 아닌 술에 취한 사람이 있다는 것이
특이하다면 특이하다.
「꽃에 취하는 로직」은 동아리의
같은 신입생인 에리카가 어느 날 술자리에서 미쓰토리 선배와 함께 살아지고 다음날 미쓰토리 선배는 손바닥과 무릎에 피를 묻힌 채 나타나지만 여전히
에리카는 실종 상태다. 그런데 다음 날 가지이 모토지로의 작품에 나오는 '벚나무 아래엔 시체가 묻혀 있다'는 표현처럼 교정의 벚나무 아래에서
술에 취한 채 발견되고 조코와 미키지마 선배는 이 기묘한 상황을 풀어내는데..
「공에 취하는 로직」은 취연은 멤버인 목소리 탓에 실로폰일는 별명이 붙은 우치노가 골든위크에
고향에 다녀오다 기차에서 만난 야요이라는 여학생과 라이벌 대학과의 경식 야구 시합인 도케이 전을 보러 가려다 그녀가 거절하자 그 이유에 대한
추리를 하면서 벌어지는 일이다.
1학년 때 5월엔 다들 '고독인가 연애인가 병'에 걸려 있다는 미키지마 선배의 지론이 흥미롭게
거론되면서 아울러 미키지마 선배를 향한 조코의 연심이 서서히 발하는 모습이 그려져 조코 역시도 5월을 맞이한 것인가 싶어진다.
「해변에 취하는 로직」는 취연이 아타미로 여름 MT를 가서 벌어지는 일로 미키지마 선배의
옛연인이라는 미우 선배와 그녀의 남자 친구인 자루카와의 등장으로 조코는 어딘가 모르게 마음이 혼란스럽고 미우와 미키지마 선배 사이의 분위기에
관심이 가는데...
「달에 취하는 로직」은 도야마 대학의 축제인 '명월제'를 앞두고 학교측이 학생회를 앞세워
취연을 불순한 동아리로 분류해 축제에 참가하지 못하도록 하자 발음이 같은 추연에 묻어가려는 계획을 세운 미키지마는 조코를 마치 스파이처럼 추연에
잠입시켜 추연의 동아리 회원 모두가 축제 당일 취하도록 만들라는 명을 내리는데...
마지막 이야기인「눈에 취하는 로직」에서는 아버지가 조코로 하여금 가업을 잇도록 하기 위해서
결혼 상대와 날짜까지 잡아 놓고 상대방의 가족과 친척들까지 불러서 당장에라도 식을 올리려 하는 어처구니 없는 상황이 벌어지는데...
사실 조코는 취연에서도 술이 세기로 유명해 단 한번도 취한 모습을 보이지 않는다. 이러한
장점(?)은 미키지마에 의해 여러모로 유용하게 작용하고 여러 번의 일들을 해결하게 되는데 그녀가 이럴 수 있었던 이유는 주조장을 운영하는
아버지가 그녀로 하여금 가업을 잇도록 하기 위해서 그녀가 늘 전용으로 마시는 병에 무취의 술 종류를 담애 그녀 몰래 계속해서 마시도록 했기
때문이다.
조코가 취연에 들어가게 된 것 역시도 그녀에게서 그 술의 향기를 느낀 미키지마가 그녀를
취연으로 이끌었던 것이다. 이처럼 책은 술 동아리에서 일어나는 술과 관련한, 술에 얽힌, 술이 어떻게도 관계한 의문스러운 일들을 풀어가는
이야기로 미스터리에서 등장하는 자극적인 소재나 상황 없이도 흥미롭게 이야기를 이끌어간다는 점에서 의의가 있고 여기에 더해 조코와 미키지마 선배의
관계 변화를 보면서 캠퍼스 청춘의 풋풋함 역시도 느낄 수 있어서 더욱 재미있었던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