멜로디 - 사랑의 연대기
미즈바야시 아키라 지음, 이재룡 옮김 / 현대문학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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개는 인간의 오랜 반려동물로 인간과 가장 가까운 동물로 여겨진다. 때로는 주인에 대한 놀라운 충성심을 보여 세상을 놀라게 하기도 하는데 일본의 하치 이야기는 리차드 기어 주연의 영화로 만들어 졌을 정도이며 그외에도 자신이 함께 사는 가족들의 목숨을 구한 사례는 어렵지 않게 만나볼 수 있다.

 

자신을 버리고 가버린 주인을 기다리기 위해서 주인이 내려놓고 가거나 버리고 간 그 곳을 몇 년째 떠나지 못하고 배회하는 모습을 보면 왜 사람들이 개만도 못하다는 말을 사용하는지를 알게 된다. 그저 한낱 동물로만 치부할 수 없는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이 키우는 개에 대해서도 어떤 책임감이 필요할 것이다. 늙고 병들어서 유기하는 것이 아니라 가장 귀여운 순간을 함께 했다면 개가 가장 힘들어하는 순간에도 함께 해야 할 것인데『멜로디』는 골든 리트리버였던 멜로디라는 어린 강아지를 집으로 데려와 서로가 서로에게 익숙해져 가고 신뢰를 쌓아가는 모습을 담담히 그려내는 동시에 멜로디와의 이별 역시도 그려낸다.

 

이 책의 저자인 미즈바야시 아키라는 18세기 프랑스 문학 전문가로 알려져 있는데 일본에서 태어나 18년을 일본인으로 살았고 40여 년을 외국어 속에 살면서 스스로를 일본인도 아니고 프랑스인도 아닌 경계인으로 지칭한다.

 

어린시절 각고의 노력 끝에 교사가 된 미즈바야시의 아버지는 두 아들만큼은 문화와 예술을 향유할 줄 아는 교양인이 되길 바랬고 이런 바람은 그 당시로서는 보기 드문 그랜드 피아노를 집에 들여놓는 것과 미즈바야시가 라디오 방송으로 프랑스어를 독학할 즈음 거금을 투자해 마련한 녹음기일 것이다.

 

바로 이러한 점에서 저자는 일본어를 모국어로 프랑스어를 부국어로 여긴다. 아버지의 관심과 사랑이 있었기에 가능했던 것이다. 프랑스 몽펠리에의 대학에서 지금의 아내인 미셸을 만났고 일본으로 돌아와 딸인 줄리아 마도카와 함께 생활하던 그는 줄리아 마도카가 여중생이던 시절 지인의 골든 리트리버가 낳은 여덟 마리의 새끼 중 한 마리를 집으로 데려온다.

 

첫날 홀로 잠든 녀석은 낯선 환경에 살짝 불안한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결국 저자는 녀석과 함께 불편을 잠을 자청하지만 새로운 가족의 탄생을 경험하는 기분은 결코 불편하지 않았을 것이다.  

 

근래에 읽은 이토 히로미의 저서인『개의 마음』과 같은 형식의 이야기라고 할 수 있지만 분명 전혀 다른 분위기를 느낄 수 있는 책인것 같다. 멜로디의 죽음이 가까워지고 저자는 집을 비운 상황에서 자신의 죽음을 직감한 멜로디는 미셸의 외출을 막는다.

 

그리고 미셸이 저자에게 전화를 하고 빨리 오기를 바라는 가운데 결국 그의 도착을 보지 못한 채 죽음을 맞이한다. 책은 이렇게 멜로디의 죽음과 멜로디와의 첫 만남, 죽음 이후의 이야기 등이 교차되어 나온다.

 

어렸을 때부터 음악과 예술이 흐르는 집안 분위기였기에 그 녀석의 이름이 멜로디가 된 것 어쩌면 당연한 일이라고 말한다. 기존에 만나 본 개와의 동거를 그린 책들과는 많이 다른 분위기의 책인데 멜로디와 함께 살면서 멜로디의 성장을 목격한 입장에서 그 모습을 상당히 철학적으로 그려내고 있다는 점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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