천연당 사진관
오지혜 지음 / 마카롱 / 2016년 2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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품절


 

『천연당 사진관』은 조선 최초의 부인(여자) 사진사 이야기로 픽션과 논픽션이 적절히 결합된 일반소설인 동시에 결말이나 주인공의 감정선을 생각하면 로맨스 소설이기도 한 책이다. 역사상 실존했던 인물들의 대거 등장이나 시대적 배경과 설정, 곳곳에 배치된 여러 장치들은 사실감을 더해 이야기의 흥미를 배가시킨다.

 

조선의 일제 치하 시절, 일본이 명성황후를 시해한 이후 고종은 스스로를 황제라 칭하고 국호를 대한제국으로 고치지만 이토 히로부미를 비롯해 일본의 고문 정치를 날로 심해져 조선은 정치, 경제, 사회 등의 거의 전반에 걸쳐서 일본의 심각한 지배와 간섭을 받게 된다.

 

황제인 고종이 이빨 빠진 호랑이마냥 일본의 눈치 봐야 했으니 백성들의 삶이란 어떠했을지 감히 짐작조차 할 수 없을 지경이다. 그러한 혼란과 치욕의 세월에서 살아남고자 나라를 팔고 부모를 팔고 자신의 이름마저 팔고 적극적으로 일본의 앞잡이가 되어 마치 이것이 인생 최대의 기회인냥 신분상승과 부를 축척하는 사람들도 있는 반면 각계에서는 나라를 잃은 설움을 되갚기 위해 독립을 도모하는 인사들도 있었다.

 

주인공 안나는 아버지는 명성황후 시해 후 위협을 당하는 임금을 빼돌리려다 내부고발자로 인해 궁에 진입조차 못하고 죽임을 당하고 이 일로 인해 어머니는 어린 오누이를 숨긴 채 역시나 일본 군인들이 저지른 불에 죽게 된다.

 

그렇게 부모없이 어떻게든 살아내라는 어머니의 유언을 지키고자 오빠인 텐신은 자신의 이름마저 버리고 일본인들의 개가 되어 동생인 안나를 먹여 살린다. 나라마저 지켜주지 못하는 백성이기에, 하나 남은 동생은 지켜야 했던 텐신이 선택할 수 있었던 경우는 많지 않았을 것이다.

 

이후 조선에 신물문이 들어오자 그 기회를 포착한 텐신은 일본인 사진사인 무라카미의 사진관에서 그의 수발을 들면서 어깨너머로 사진을 배운다. 황족과 고관대작을 찍어주는 댓가로 부를 축적하는 무라카미였다. 처음 조선인들의 사진이 인간의 영혼을 잡아간다고 했지만 차츰 입소문을 타고 찍고자 하는 사람들이 늘어갔고 이것이 돈이 될 것이라 텐신은 생각한 것이다.

 

그리고 안나는 무라카미가 찍은 사진을 오빠가 몰래 빼돌리면 이를 마치 고관대직의 아들인것처럼 기생들을 속여 사진을 팔아 돈을 벌지만 이도 결국 발각되어 그만두게 되고 일본인 상점에서 연유를 훔치다 말끔한 차림새의 한 남자와 좋지 못한 첫만남을 가지게 된다.

 

안나는 오빠의 가르침대로 살아남기 위해 영어와 일본어도 배웠고 회동서관에서 양서를 번역해주며 돈을 벌기도 했는데 그곳에는 매일 음란서 책만 탐하는 평길이라는 남자가 있었고 역시나 책을 구하러 온 베델이라는 사람을 만나게 되지만 자신이 물건을 훔치다가 만난 재원의 등장으로 단단히 오해를 받고 있는 상황이였다.

 

도둑질도 서슴지 않는 안나를 좋지 않게 보던 재원이지만 조선의 일반 처자들과는 너무나 다른 안나의 진면목을 마주하게 되면서 재원은 점차 그녀를 여인으로서 마음에 품게 된다. <대한매일신보>는 베델을 사장으로 하여 일제의 검열과 폐간을 피해 왔는데 재원의 이곳의 기자였고 그녀가 처음으로 찍은 사진 인화를 계기로 천연당 사진관을 열 계획인 규진을 그녀에게 소개해준다.

 

규진은 과거 고종 황제의 막내아들인 영친왕의 그림 선생님으로 사진관이자 재원이 살고 있는 지금의 자택도 영친왕의 친모가 하사한 것이다. 사진사는 남자만 있어서 낯선 남자 앞에 얼굴을 편안히 내놓고 사진을 찍을 수 없는 여인들을 생각하는 안나의 말에 규진은 그녀를 가르쳐 최초의 여인 사진사로 만든다.

 

여기에 그동안 난봉꾼처럼 굴었던 평길이 사실은 일본의 견제로 인해 외국으로 추방되다시피했던 고종의 다섯째 아들인 호는 만호, 명은 이강인 의친왕이였다는 사실이 밝혀지면서 조선의 독립을 위한 움직임에 박차를 가하는 동시에 재원과는 다른면에서 안나를 사이에 둔 삼각관계 같은 묘한 분위기를 자아내기도 한다.

 

돈을 벌면 오빠와 신천지로 가자며 조선에 그 어떤 미련도 남기지 않기 위해 자신의 이름마저 버린 채 안나로 살았던 그녀가 사진사가 되고 재원을 만나게 되면 이제는 절대 그럴 수 없음을 알게 된다. 게다가 무라카미는 여인들만을 찍어주는 여자 사진사로 인해 자신의 몫이 뺏앗길 수 있다고 생각했고 이러한 생각은 현실이 되면서 다시금 안나를 위협하는데...

 

나라를 잃은 상황에서 누군가는 재빠르게 친일파가 되어 이전의 영욕을 이어가거나 새로운 영욕을 찾고 또다른 누군가는 이를 바꾸기 위해, 나를 되찾기 위해 자신들이 할 수 있는 일에 인생을 받친다. 그런 이야기가 그 당시의 적절한 시대 묘사와 조선 최초의 여자 사진사라는 독특한 소재와 만나 잘 어울어진 하나의 이야기를 만들어내는 그런 책이다.

 

개인적으로는 책에 서술된 내용을 보면서 시대 고증을 통해 드라마나 영화로 제작해도 흥미로울것 같다는 생각이 들었고 재미있게 잘 읽은 책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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