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 - 일이 놀이가 되고 놀이가 휴식이 되고 휴식이 삶이 되는 이곳
김재이 지음 / 부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몇 년 전부터인가 제주로의 이주가 상당한 인기를 끌면서 덩달아 제주의 땅값이 급등해 정작 제주에 사는 신혼부부가 집을 구하지 못하는 문제가 발생할 정도라고 하니 실로 제주의 인기가 어느 정도인지 알만하다. 상황이 이럴진대 여전히 제주는 인기가 있으니 오히려 지금 제주로 간다는 것은 여러모로 제주 이주 1세대들의 그때아는 다를것이다.

 

이처럼 제주가 관광지는 물론 주거지로서 인기를 끌면서 육지에서 살다가 제주로 이주한 사람들의 이야기, 그곳 현지인들의 이야기를 담은 책도 덩달아 인기이다. 그런 의미에서 볼 때 『제주에서 당신을 생각했다』는 그들 중 한 부부의 이야기라고 볼 수 있겠지만 큰 차이점이라고 하면 바로 제주 이주 1세대들 분들의 이야기라는 것이다.

 

저자인 아내는 서울토박이로 남편과 함께 서로 구로동 디지털단지 인근에서 회사원들을 대상으로 음식점을 운영했다. 이후 참으로 바쁘고 힘든 생활을 이어간다. 어찌나 바쁜지 결혼식도 생각할 겨를이 없었을 정도였고 양가 부모님의 서두름 끝에 결혼과 신혼여행을 다녀오지만 그 단 일주일의 공백이 무려 5년 동안 일궈온 영세업자에겐 큰 타격이였고 이 때의 배신과도 같은 충격은 부부를 특히 저자를 더 가게에 몰두하게 했던게 아닐까 싶다.

 

그러다 일이 터진 것은 결근한 직원을 대신해 오토바이 배달을 하던 남편이 다른 오토바이와의 충돌로 크게 사고를 당하고 병원신세를 지게 되면서이다. 아내인 저자는 하루 근 15시간을 가게 매달리다시피 하고 남편의 병원도 오가는 생활을 두 달째 이어가는던 그때 남편이 그녀에게 평소의 경어도 생략한 채 단호하게 말을 내뱉게 된다.

 

“당신 이 꼴 더 못 봐주겠다. 그만하자, 이게 사는 거니?”(p.17)

 

 

어쩌면 아내도 이 말을 기다렸을지도 몰랐다고 고백했을 정도로 그 당시 두 사람의 삶은 피폐하다시피했고 결국 두 사람은 남편의 고향이 강원도로 이사할 곳을 알아보다 따뜻한 곳으로 가자는 결정에 제주를 선택하게 된다.

 

이후 여러 곳을 알아보던 중 한 곳을 발견하고 제주도 온 그날 바로 계약을 하는데 참 일이라는 것이 신기하게도 훗날 자신의 이웃에 이사 온 사람들이 부부가 계약한 그 집을 계약하고자 했다니 집 주인은 따로 있나 보다.

 

그렇게 낡은 집은 수리해야 하는데 이주의 붐이 불면서 제주 내의 수리공은 거의 다 공사 현장으로 불려다니다시피하니 정작 부부는 일손 구하기가 쉽지 않았고 이런 일을 계기로 남편이 직접 해야 할 경우가 많아지다보니 반 목수가 되었다고 한다.

 

서울에서는 15시간을 일해도 피곤한 삶을 살았다면 두 사람은 제주에서 돈까스 가게를 하며 하루 5시간의 영업 시간을 지킨다고 한다. 자신들이 사는 마을은 전형적으로 농업이 주된 일인데 두 사람은 크게 할 일이 없다보니 처음 그들이 제주에 왔을 때 마을 사람들은 건달이 어디서 사고를 치고 기집애를 데리고 도망왔다고 모두 걱정했다고 한다.

 

남편의 생김새도 마을 사람들의 오해에 한 몫 한 것이겠지만 이주의 붐이 본격적으로 불기 전이였으니 이런 오해도 가능했을 것이다. 그렇게 마을에 적응하고 사람들과 어울려 살면서 점차 육지것에서 제주것이 되어 간 부부에게는 또다른 인생 계획 있는데 언젠가는 사람의 발길이 덜 닿은 가파도로 다시 이주해 제주살이의 2막을 열 생각이라고 한다.

 

아마도 두 사람이라면 그것이 언제가 되었던 실행에 옮길 것 같다. 이렇듯 두 사람의 제주살이는 제주 이주의 낭만과 현실을 적절히 조화를 이뤄보여주는것 같아 재밌게 읽을 수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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