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캐서린 라이언 하이드, 김지현 / 레드스톤 / 2016년 3월
평점 :
절판


 

최근 아동학대가 사회적 문제로 제기되고 있고 그 심각성은 실로 친족관계에서 일어날 수 있을까 싶은 마음마저 들 정도로 장기적이고 잔혹한 경우가 많다. 그런데 우리가 일반적으로 학대라고 떠올리면 신체적 폭력이나 가해만을 생각하는데 사실 방임이나 정신적 학대도 결코 간과할 수 없는 아동학대의 한 유형이자 어쩌면 가장 빈번하게 일어나는 유형일지도 모르겠다.

 

그렇기에 처음『흔들리고 있는 소녀를 보거든』 에 대한 소개글을 읽었을 때 가장 먼저 아동 학대가 떠올랐던 것이다. 제목을 몰랐다면 표지 속 붉은 금발의 어린이가 소녀인지 소년인지도 모를 정도로 아이는 너무 왜소하고 저토록 작은 등이 너무나 많은 것을 말하고 있는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게다가 어딘가를 응시한 채 우두커니 앉아 있는 모습은 누군가를 기다리는 것인지, 그저 쉬고 있는 것인지조차 가늠하기 힘들다. 표지를 참 잘 만든 책이라고 할 수 있겠다.

 

책을 읽어보면 알겠지만 이 그림 속 주인공은 그레이스라는 아홉살 소녀이다. 엄마는 그레이스를 제대로 돌보지 못한다. 오히려 그녀 자신이 더 큰 보살핌이 필요해 보이는 상황이다. 그래서 그레이스는 학교에 가지도 못하고 사회복지사들은 두 사람을 떼어놓으려고 하지만 정작 진심이라는 관심은 주어지지 않는다.

 

결국 그런 상황에서 그레이스가 할 수 있는 것은 홀로 갈 수 있는 가장 먼 곳인 아파트 현관 계단에 앉아 있는 것이다. 그리고 누군가의 진짜 도움을 기다리고 있지만 아무도 어린 꼬마에게 신경 쓰지 않았다. 그러던 어느 날 10년이 넘게 광장공포증에 시달리고 있는 전직 브로드웨이 댄서 빌리가 그레이스를 보게 된다.

 

집 안에 갇힌 채 오직 유리창 너머로 세상을 만나던 그가 소녀를 발견한 것이다. 어린 소녀는 매일을 몇 시간이 넘도록 아파트 현관 계단에 홀로 앉아 있다.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그레이스와 자신조차 가눌 수 없는 빌리. 두 사람은 세상 속에 잊혀진 채 홀로 고군분투하는 것처럼 보인다. 소위 말하는 사회의 아웃사이더인 셈이다. 이 세상 어디라도 있음직한, 그러나 누구라도 쉽게 손을 내밀지 않는 그런 자신만의 상처를 간직한 두 사람인데 두 사람이 사는 아파트에는 이들 말고도 어른이되 외로움을 간직한 채 살아가는 또다른 어른들이 등장한다.

 

빌리를 비롯해 레일린은 어리 시절의 고통으로 외부와 단절된 생활을 하고 래퍼티는 고약함으로 인해 자식과도 의절하다시피 한 채 살아간다. 여기에 다른 이들과의 다름으로 차별을 받은 펠리페까지 이들은 저마다 치유하지 못한 상처를 간직한 채 살아간다. 동시에 누군가의 도움이 절실한 사람들이다.

 

분명 자신은 도움이 필요하지만 이들은 도움을 구하는 것조차 잊어버린듯 그렇게 세상에서 잊혀진 채 살아가던 그들이 그레이스라는 9살 소녀를 통해서 점차 도움을 주는 것과 도움을 구하는 것, 나아가 자신의 상처를 치유하기 위한 노력을 하는 모습이 그려진다.

 

전형적인 방임의 상태에 놓여 있는 그레이스에게 광장공포증을 지닌 빌리가 보여주는 놀라운 변화는 책을 읽는 순간 자신도 모르게 용기를 내라고 응원하게 만들고 이들 역시도 처음부터 이렇게 괴팍하거나 소심하거나 외로움을 간직한 채 자기 안에서 살아가던 사람이 아니라는 것을 알기에 아픔과 외로움을 간직한 서로가 서로를 통해서 힘을 얻어가는 모습이 상당히 인상적으로 비춰졌던 그런 이야기인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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