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미 힐미 1 - 진수완 대본집
진수완 극본 / MBC C&I(MBC프로덕션) / 2016년 1월
평점 :
품절


 

드라마 대본이라고 하면 드라마 제작과 관련된 인물들인 배우, 감독 등이나 보는 것으로 생각하지만 최근에는 대본집이 책으로 출간되어 독자들도 소설이 아닌 그들이 보던 대본집 형식의 잘 제본된 책으로 만나볼 수 있게 되었다.

 

그리고 『킬미 힐미 1, 2』는 사실 처음으로 읽어 본 대본집이기도 하다. 작년 드라마가 화제가 되었을 때도 드라마를 본 경우는 아니다. 다만, 배우 지성 씨와 황정음 씨가 출연하고 모 개그 프로그램에서 캐릭터로 그려진 다중인격'을 소재로 했다는 정도만 알 뿐이였다.

 

우스개소리로 다중이라 표현하면서 평소와 다른 성향을 보일 때 사람들에게 사용하는 단어지만 그 실제적인 모습을 너무나 실감나게 그려내고 있는 이 책을 보면 안타까움을 넘어서는 짙은 외로움을 느끼게 한다.

 

이 책은 여러면에서 드라마를 보는 것 같은 느낌이 드는데 프로그램 홈페이지에서 봄직한 인물소개와 관계도, 드라마 기법이라고 할 수 있는 각종 대본집 용어 정리가 그것이다. 드라마를 본 사람들이라면 해당 장면을 설명한 용어를 통해서 그 당시의 장면을 더 잘 이해하고 머릿속에 그려내기도 쉽겠다는 생각이 든다.

 

이야기의 주된 소재가 되는 것이 '해리성 주체장애(Dissociative Identity Disorder)로 본격적인 이야기에 앞서 증상이나 발병 원인, 치료 방법 등이 소개되어 있으니 참고하면 좋을 것이다.

 

앞서 이야기 했듯이 DID는 쉽게 말해서 다중인격이라 볼 수 있는데 주인공 차도현의 경우에는 무려 7명의 인격체가 등장한다. 가장 영향력이 큰 인격이 신세기로 나머지 인격들의 리더격으로 점차 그 세력이 커져서 주체인 도현을 오히려 지배하려고 한다.

 

폭력적인 상황이나 특별한 이유들에서 7명의 인격은 수시로 등장하는데 미국에서 석호필이라는 정신과 주치의로부터 인격의 융합을 시도하지만 결국 실패한다. 할머니인 서태임 회장의 지시에 미국에서 생활하다 한국으로 들어와 육촌형이 기준과 본격적인 승진 그룹의 후계장 경쟁을 펼치게 된다.

 

수시로 나타나는 다른 인격체와 그들이 나타나서 저지른 일들을 기억하지 못하는 도현은 11년이라는 세월을 그들이 저지른 일을 수습하며 살아왔다. 사고로 할아버지와 어머니(아버지의 아내)가 죽고, 역시나 의문의 화재로 대저택이 화재를 당한 뒤 아버지는 식물인간이 되었다.

 

서태임 회장은 도현이 하나 밖에 없는 아들의 손자임에도 불구하고 집안과 격이 맞지않는 천박한 여자에게서 태어난 도현을 자신의 아들(도현의 친부)이 깨어난 승진 그룹의 회장이 될 때까지 그 자리를 지켜 줄 장기판의 말 정도로만 생각한다.

 

이사회까지 아무탈 없이 보내야 하는 도현은 세기의 출현으로 리진과 인연이 닿는다. 그리고 석호필의 제자인 리진을 자신의 비밀 주치의로 삼고 도움을 받고자 한다. 역시나 정신과 레지던트인 리진은 직접 도현의 인격을 목격했고 그가 그동안 느꼈을 외로움과 고립에 그를 도와주겠다고 결심한다.

 

각기 다른 성향으로 도현을 위협하는 7개의 인격체, 이들의 융합을 통해서 도현이 더이상 다중인격이 아니도록 하기 위해서는 그가 기억하지 못하는 7~8살까지 어린시절의 기억을 밝혀내야 하고 그렇게 되면 자신들이 사라질 것이기에 신세기는 이를 저지하는데...

 

여기에 리진의 오빠이자 신비주의 추리소설가인 오리온은 과거 도현의 아버지인 차준표의 법적인 아내이자 도현의 호적상 어머니인 민서연의 아들로 그려지면서 도현과 리진, 리온을 둘러싼 잊혀진 기억들이 이들은 운명을 소용돌이로 몰아넣는다.

 

그리고 도현과의 후계자 경쟁에서 이기고자 그가 숨기고 있는 비밀을 찾는 그의 육촌 형 차기준까지, 얽힌 출생의 비밀과 어린시절의 끔찍했던 기억이 서서히 그 모습을 드러낸다.

 

이야기를 놓고 보면 암울하게 느껴지는 소재이지만 대본 사이사이에 웃음 요소라든가 긴장감 있는 전개에 로맨스까지 담고 있어서 드라마를 챙겨보고 싶다는 생각이 들 정도로 재미있다. 또한 긴 호흡의 드라마를 이렇게 두 권의 책으로 순식간에 읽어나갈 수 있다는 점도 대본집이 가진 장점이라는 생각이 들어서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드라마의 감동을 이어갈 수 있을 것이고, 못 본 사람들에게는 재미있는 드라마를 알게 될 좋은 기회라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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