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곱 개의 관』은 얼핏 일본 애니메이션 <명탐정 코난>을 떠올리게 한다.
<명탐정 코난>을 보면 사람들은 유명한 탐정이 난해한 사건도 명쾌하게 해결한다고 알지만 사실 그 사건을 해결한 장본인은 코난임을
독자들은 안다.
역시나 이 책에서 구로호시 경감은 주인공으로 비춰지지만 실상은 그의 부하인 다케우치나
주변인물들이라는 것을 독자들은 알게 될 것이다. 구로호시 경감은 일류대 출신으로 원래로라면 엘리트 코스를 밝아야 하지만 추리소설을 너무 사랑했고
그중에서도 밀실 마니아나 다름없어서 엉뚱한 사람을 범인으로 지목하거나 평범한 사건을 밀실로 취급해 오히려 사건을 미궁에 빠지게 했다.
결국 이 일로 '미궁 경감'이라는 꼬리표까지 달고 교통사고가 그나마 괜찮은 사건 축에 속하는
한적한 시골 마을인 시라오카로 좌천되어 온 것이다. 일이 이 지경이 되면 현실을 깨달을만도 한데 여전히 구로호시 경감은 밀실에 환장하고 사건을
너무 자기 식대로 해석하는 경향이 있다.
그런데 아무 사건도 일어날 것 같지 않던 벽촌의 시라오카에 연이어 발생하고 구로호시 경감은
사건이, 그것도 밀실로 추정되는 사건이 발생하자 본분을 잃고 오히려 즐거워 하는데...
책에는 밀실트릭을 소재로 한 일곱 편의 단편(사건)이 수록되어 있다. 밀실트릭의 대가로
불리는 존 딕슨 카를 엄청나게 좋아해 밀실이 발생하면 즐거워 어쩔 줄 모르는 구로호시 경감은 부하인 다케우치 형사와 함께 각 사건에
출동한다.
「밀실의 왕자」는 마을 스모 대회에서 우승한 도키토 겐이치가 밀실 상태의 체육관에서 시체로
발견된 사건으로 함께 술을 마신 동료들은 술에 취한 채였는데...
「존 딕슨 카를 읽은 사나이들」은 안에서만 열 수 있는 잠긴 서재에서 발견된 백골의 시체를
둘러싼 미스터리다. 게다가 시신 옆에는 열쇠가 있었다. 왜 이들은 열쇠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완전한 밀실 상태의 서재에서 백골로 발견된 것일까?
이야기는 반전에 반전을 거듭해 뜻밖의 결말을 보여준다.
「불량한 밀실」은 두 야쿠자가 세력 다툼을 벌이다 야마다 조직이 산와회의 두목을 로켓포로
죽이겠다는 위협을 당하자 시라오카 경찰은 이를 예의주시하고 산와회 두목은 핵폭탄에도 끄떡없는 핵 셸터를 구입해 예정된 시간에 그곳에 들어갔다가
로켓포 공격 후 오히려 핵 셸터 안에서 시체로 발견된다. 가장 안전할 것이라 생각한 곳에서, 밀실 상태로 죽은 야쿠자 두목의 죽음에 얽힌
미스터리를 풀어가는 이야기지만 사실 로켓포라는 다소 엉뚱한 설정은 조금 아쉽게 느껴졌던 이야기이기도 하다.
「그리운 밀실」은 여러 출판사에 글을 기고해야 할 쓰이지 야스오라는 유명 작가가 편집자들이
문밖에서 지키고 있는 그리고 방안은 어디에도 나갈 곳이 없는 밀실 상태에서 사라지는 사건이 발생한다.
게다가 쓰이지는 충전을 위해 여행을 떠나고 2년 뒤 이날 돌아오겠다는 메시지를 남기자 결국
편집자들은 약속된 날 역시나 밀실에서 목이 잘린 작가의 시신을 발견하게 되는데...
「와키혼진 살인사건」은 과거 부유했지만 집안의 몰락과 빚으로 인해 자신의 집에서 일했던 중년의
남자와 결혼을 하게 된 미모의 아가씨가 결혼 첫날 밤에 사라지고 신랑은 밀실 상태의 별채에서 시체로 발견되는데...
「불투명한 밀실」은 공사 입찰 과정에서 입찰을 따낸 기업의 사장이 자신의 부하가 곳곳을
지키고, 밀실 상태의 사무실에서 살해된 사건이다.
「천외소실(天外消失) 사건」은 운행 중이던 리프트에서 칼에 찔려 숨진 여성이 발견된다. 하지만
리프트에는 목격자가 봤다는 용의자인 남성은 어디에도 없었고 리프트는 바깥에서만 열 수 있는 구조로 되어 있었는데...
어찌됐든 7건의 사건 속 살인 현장은 모두 완벽한 밀실이다. 그래서 사건은 미궁에 빠지고
용의자를 쉽게 범인으로 지목하기가 힘들어진다. 바로 이런 구성이 독자들로 하여금 인물들의 대화와 상황 묘사 등을 통해서 밀실의 비밀을 추리해 볼
수 있도록해서 책에 더욱 몰입하게 만든다. 신선한 밀실 트릭 7건을 만나볼 수 있는 흥미로운 책이라고 생각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