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
밭의 노래 - 이해인 수녀가 들려주는
이해인 지음, 백지혜 그림 / 샘터사 / 2014년 7월
평점 :
이 책은 특이하게도 이해인 수녀님의 시로 만들어진 첫 그림책이라는 이력을 가지고 있다. 그동안
어른들을 위해서 쓰여진 시를 쓰는 것으로 알려져 있었지만 이해인 수녀님은 사실 1970년 어린이 잡지인 《소년》에 동시 하늘, 아침 등이
추천되며서 시인으로 등단했다고 한다.
그리고 이 시는 <밭노래>라는 시로써, 동시집 《엄마와 분꽃》중에서 발췌한
것이다. 이 책의 뒷부분에 적힌 이해인 수녀님의 글을 보면 늘 바다가 잘 보이는 곳에서 살다가 유심히 밭을 바라보다가 바다가 '물의 시'라면
밭은 '흙의 시'라는 글을 쓰기로 결심했다고 한다.
또한 이해인 수녀님은 수녀원 생활에 대한 이야기를 들려주기도 하는데 수녀원에선 각자가 텃밭을
만들어서 가꿀 때 자신의 밭에 이름을 붙인다고 한다. 그런데 이 이름이라는 것이 단순히 '00의 밭'과 같은 이름이 아니라 '푸름이네',
'싱싱이네', '알아크네', '무럭이네', '잘자라네' 등과 같은 자신의 밭이 잘 자라기를 바라는 마음이 담긴 이름이기도 한것 같은 재미난
이름들이라는 것이다.
그래서인지 과연 이해인 수녀님의 밭 이름은 무엇일지 궁금하기도 하고, 이 책에 담긴 글과
그림은 아마도 수녀님이 돌보던 밭을 묘사하고 있는게 아닐까 싶은 생각이 들기도 한다.
요즘은 자신의 땅을 분양 받거나 해서 주말 농장과 같은 작은
텃밭 꾸미기도 할 수 있는데 만약 내가 직접 해마다 밭에 다양한 채소들을 키우게 된다면 그 밭에서 자라나는 채소들에 갖는 애정도가 달라질것
같다. 마치 농사꾼이 자신이 키우는 작물들을 자식처럼 대하듯, 그렇게 소중하게 키우게 될 것 같은 기분이 든다.
그래서인지 짧은 시와 그에 걸맞는 그림이 만들어내는 조화는 참
아름답고 목가적이기까지 하다. 밭이라는 존재를 해마다 젖이 많은 엄마처럼 아이들을 먹여 살린다는 표현이 참 좋은것 같다. 그리고 이 아이들이란
아마도 배추, 무, 상추, 쑥갓, 감장, 호박, 당근, 오이, 수박, 참외, 토마토, 옥수수 등과 같이 참으로 다양한 이름을 가진 아이들로
묘사되니 이해인 수녀님이 자신이 키우신 채소들에 조차도 애정을 표현하고 계신것 같아 그 애정을 받은 아이들은 맛조차도 남다를것 같다는 생각이
든다.
비 온 뒤 나가 본 밭에는 당근이 얼굴을 내밀고 있다가
자신에게 들켜서 얼굴이 더욱 빨개진다는 표현은 당근 본연이 갖고 있는 색으로 보여 준 언어 유희라는 생각이 들고, 흙을 만지면 포근하고
부드러움을 느낄 수 있을것 같아진다.
그러다 하얀 감자꽃에 앉은 나비를 멀리서 바라보니 마치 꽃과
나비가 하나로 보인다는 것에서 자연의 어울어짐을 생각하게 하는 예쁜 시라는 생각이 든다. 그렇기에 <밭의 노래>는 아이들이 읽기에도
좋을 것이고, 어른들이 읽어도 좋을 따뜻하고, 행복해서 스며시 미소짓게 하는 시인것 같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