몸단장하는 여자와 훔쳐보는 남자 - 서양미술사의 비밀을 누설하다
파스칼 보나푸 지음, 심영아 옮김 / 이봄 / 2013년 12월
평점 :
절판


제목이 상당히 예사롭지 않다. 훔쳐 본다는 것은 그 상대가 모르는 상태에서 동의없이 본다는 의미인데 이건 범죄가 아니고 뭐란 말인가 싶기도 하고, 표지의 색깔이나 그속 그림도 제목과 마찬가지로 예사롭지 않은 책이다.

 

게다가 이 책의 저자는 당당히 말한다. 자신이 사실은 ‘관음증 환자’라는 가히 충격적인 발언을 말이다. 책속에 그려진 누드화들은 솔직히 당당히 드러내 놓고 보기란 쉽지가 않은 것이 사실인데 저자는 자신에 대해 솔직히 말함과 동시에 누드화가 서양미술사에서 빼놓을 수 없는 존재였다는 것을 말하며, 그것을 단지 선정적으로 볼 수 없는 이유를 들려준다.

 

저자가 단순히 호기심에서 이 책을 쓰지 않았다는 것과 그가 현재 파리 8대학의 미술사 교수로 있다는 것을 보면 이 책을 단지 눈요깃거리로 볼 수 없다는 것을 알 수 있다. 또한 국내에 출간된 파스칼 보나푸의 책들을 보면 이 책 역시도 누드화를 예술 장르의 하나로써, 제대로 보는 동시에 그림 속 여인의 몸을 보는 것에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녀를 그린 화가와 그림 속 그녀들이 표현하고 있는 감정을 읽는 방법 또한 배우게 될 것이다.

 

 

책속에는 목욕하는 여인들, 거울을 바라보고 있거나 그 앞에서 치장을 하는 여인들, 옷을 입는 여인들과 같은 여인들의 다양한 몸단장의 모습이 그려져 있고, 그림 하단에는 해당 그림에 대한 자세한 설명이 적혀 있다.

 

총 79점의 그림들이 나오는데 누드화라고 부를 수 없는 경우의 그림도 존재한다. 이 책의 초점을 선정성에 두지 말아야 하는 이유이다. 물론 누드화라고 부를 그림들이 대부분이기는 하지만 그림만을 보는 것이 아니라 그 그림에 대한 설명을 읽다보면 그림을 확실히 새롭게 볼 수 있게 된다.

 

지극히 사실적으로 그린 그림도 있고, 마치 파블로 피카소의 그림을 연상시키는 듯한 화풍의 그림도 있다. 투박한 느낌의 두터운 느낌이 드는 그림이 있기도 하고, 아주 세밀한 느낌의 그림도 존재한다. 그림에 대해서 잘 알이 못하는 사람이라도 저자가 각각의 그림에 대해서, 그림 속 여인이 취하고 포즈에 대한 자신만의 상상을 본다면 과연 그녀는 어떤 상황이였을까를 자신도 생각해 보게 될지도 모른다.

 

그리고 그림에 대한 설명 이외에도 그 그림이 그려질 당시의 사회, 문화적인 분위기에 대한 내용도 실존 인물들에 얽힌 이야기를 곁들여서 써놓고 있기 때문에 그림 못지 않게 재미있게 읽을 수 있다고 생각한다. 이 책이 누드화를 많이 담고 있기는 하지만 선정적이지 않은 이유는 바로 이런 이유들에 있을 것이다.

 

그렇기에 자신은 관음증 환자라고 말은 했지만 그런 의미보다는 미술학자의 그림에 대한 해박한 지식을 듣는것 같은 기분이 드는게 아닐까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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